내친김에 김연수의 글을 마저 찾아 읽는다.
서울 가는 길에 버스에서 읽고, 친구들 기다리며 다시 몇 쪽을 더 읽는다. 오늘도 만사 제쳐두고 이 책부터 꺼내든다. 책을 우선 순위에 두어야 책을 읽게된다기 보다는 이 책이 나를 끌어당긴다. 쓸쓸한 가을도 아닌데 몇 쪽 읽다보면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핑돈다. 흔들리는 버스에서도 예술의 전당 1층 로비의 흐릿한 불빛 아래서도 쭈그리고 앉은 주방에서도 어김없이 눈가가 촉촉해진다. 약간의 구질구질함이 섞인 불순한 눈물이지만, 어쩌랴. 그것도 나인데.
몇 구절 옮긴다.
p. 67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큰 관심이 없다. 내가 꼭 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에는 흥미가 없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만이 내 마음을 잡아끈다. 조금만 지루하거나 힘들어도 '왜 내가 이 일을 해야만 하는가?'는 의문이 솟구치는 일 따위에는 애당초 몰두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완전히 소진되고 나서도 조금 더 소진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내가 누구인지 증명해주는 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 견디면서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20대의 내 얘기 같았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큰 관심이 없었다. 당연 ' 꼭 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에는 흥미가 없'었다. 그 암중모색의 탐색기간은 결국 기나긴 백수 시절로 이어지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이미 서른 살로 접어들었고 막차를 타는 심정으로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직장인이 되어 내 앞가림을 하게 되었지만 아직도 나는 다음 물음 앞에서 눈빛이 흔들리는 나 자신을 안쓰럽게 바라본다. '왜 내가 이 일을 해야만 하는가?'
몇 년후 다시 백수시절로 돌아가면 이런 간절함이 남아 있을까? 나는 도대체 뭘 찾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