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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 <청춘의 문장들> 10년, 그 시간을 쓰고 말하다 ㅣ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금정연 대담 / 마음산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든 책.
10년 전에 나왔던 <청춘의 문장들>을 왜 안 읽었었지? 아마도 '청춘'이란 단어 때문이었을 게다.
'청춘'이란 단어때문에 읽기도 전에 기피했던 어렴풋한 기억이 난다. 기피 단어 '청춘'이라니...
바쁜 일상에 쪽잠처럼 읽는 김연수의 문장들이 마음을 촉촉하게 한다. 짧은 몇 구절에 하루의 피로를 잊는다.
나이가 들면 욕심도 부리지 않고, 젊을 때보다도 훨씬 현명해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절절히 느끼고 있는 요즈음, 김연수의 아래 글들에 절로 공감이 간다.
'책을 읽어서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면 읽을 필요가 없다' 지만 어찌 책을 안 읽을 수가 있나? 멋진 글을 만나면 '내 인생이 조금 반짝거리는' 것 같은 착각도 내 삶의 한 부분인 것을.
제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사람이 나아지는 건 너무나 어렵다는 것. 예전에는 많이 배우면 나아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시간이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이 진보하진 않아요. 시간이 지난다고 세상이 진보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내 인생이 반짝반짝 빛났던 순간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적 성공이나 대중의 주목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그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있을 때였다. 더 이상 소설을 못 쓸 것 같았는데, 그럼에도 몇 글자 더 썼다. 그때였다. 내 인생이 조금 반짝거린 건.
사람들은 흔히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쓰면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작가나 교수 같은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구하기도 하지만 행동하지 않는 한은 아는 게 아무리 많아도 무지한 사람으로 봐야만 해요. 지행합입이라는 말은 그처럼 무서운 말이에요. 특히 책 읽는 사람들에게는 말이죠.
책을 읽어서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면 읽을 필요가 없다....주자 말씀.
Q: 독자로서의 김연수를 평가한다면요? A: ...독자의 입장에서 저는 이기적인 독자예요.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 책을 읽죠. 독서로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오만한 생각이자 불가능한 일이에요. 독서를 통해서 저는 나만을 간신히 이해할 뿐이에요. 책에 저를 맞추든 책을 제게 맞추든, 틈이 거의 안 보일 정도로 딱 붙은 상태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독서의 자세입니다.
어쩌면 인생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알지 못해서 몰랐던 게 아니라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모르는 척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
Q: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나 작품을 꼽는다면요? A: 지금은 페르난두 페소아와 안토니오 타부키를 좋아해요. 루이지 피란델로도요. 셋 다 비슷한 카테고리 안에 있는 작가들이에요. 그와 비슷한 사람으로 구르지예프란 신비주의자도 있어요. 왜 이들이 한데 묶이냐면 다들 `나`란 여러 개의 `나`들로 구성됐다고 주장하기 때문인데, 그건 마치 내 생각과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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