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처음으로 법수치에 다녀왔는데...

 

양양 시내에서 사온 순살닭강정을 안주로 술 한 잔 걸친 후 식구들이 모두 오수에 빠졌는데 어디선가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무엇인가를 건드리는 이상한 소리에 야생동물인가 싶어 창문으로 내다봤더니 길이 1미터가 넘는 구렁이가 눈에 들어온다. 집 옆에 붙은 전기단자함 밑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더니 한번 주위를 주욱 둘러보는 거다. 그러곤 바로 뒷산으로 올라가는가 싶었는데 방향을 틀어 지름 3미터 가량으로 주변을 한바퀴 돌더니 다시 단자함 밑으로 기어들어간다. 동물원에서 본 것 말고 야생에서 그렇게 큰 뱀을 본 건 난생 처음이다. 가을이면  퇴근길에 더러 작은 뱀들을 만나긴 하지만 이 녀석은 단연 크기와 아우라면에서 내가 그간 봐온 모든 뱀들을 압도한다. 대단한 녀석이 이 오두막을 지키고 있다!

 

저녁 무렵 잔디밭에서 잡초(주로 쑥)를 뽑다가 대여섯 마리의 벌레로부터 습격을 받아 왼쪽 다리에 두 방 물렸다. 빨간 점을 찍은 것처럼 물려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대뜸 겁부터 났다. 그 악명 높은 진드기일까 싶어 남편한테 검색해보랬더니 " 일주일간 잠복기를 거친 후 식욕감퇴, 발열 증세등을 보이다가 ....치사율 몇 퍼센트로 ...." 동영상으로도 생생한 뉴스가 흘러나왔다. 설마 싶어 동네분에게 물어보니 깔다구라고 한다. 살다보니 모기로도 모자라 깔다구한테도 물리는구나.

 

오늘은 돌아오는 길에 홍천시장에 들러 메밀전병을 먹고 왔다. 중국산은 만 원에 8개, 국산은 만 원에 5개하는 메밀전병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홍총떡이라 부르는 이 홍천메밀전병 때문에 홍천에 살고 싶다고나 할까. 만 원어치 사먹고 다시 만 원어치 사들고 돌아오는데 철물점에서 재미있는 물건을 하나 발견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농업용 의자로 고추 작업할 때 사용한다고 한다. 4만 원 주고 사왔다. 귀여워서? 장난감으로 쓰려고? 농사 짓는 친구가 생각나서 그 친구 주기 위해서다. 무릎 수술까지 받은 친구인데 이 의자가 도움이 될까 싶어서다. 이 시대에 기꺼이 농사짓는 사람은 마땅히 존경받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집에 돌아와서 컴퓨터로 구렁이와 깔다구를 검색해보니 세상에 구렁이 종류가 다양하기도 해라. 지난 주엔 꽃 이름 알아내기 위해서 이틀이나 애썼으나 구렁이는 도저히 못하겠다. 늘 새롭고 배울 게 많은 세상이려니...정도로 그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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