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올 겨울엔 소설에 빠져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이 책 말미에 부록처럼 달린 <취향 리스트>가 마음에 들어 복사를 해둔다. 내 책이 아니므로.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주는 이 책, 마음에 든다.
자기가 아는 가장 좋은 걸 타자와 함께 나누며 삶을 고양하는 게 바로 연애고, 연애는 취향을 남기고, 그 취향은 사랑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파되고...
오스카 와일드를 좋아한다는 건 이런 의미다. 일단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그 말은 또한, 사람의 인격을 결코 관습적 도덕으로 재단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자기 체험으로 검증되지 않은 도덕은 불신해야만 하는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런 생각 때문에 심지어 감옥에 갔다......그러니까 오스카 와일드를 좋아하는 사람은 인생의 어느 순간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유혹하고 유혹당하는 실수를 범한다는 말이다.
사실상 여행과 독서는 내게 동일한 것이다. 모양새나 방법이 다를 뿐 한 목적으로 움직이는 영혼의 샴쌍둥이랄까?...알랭 드 보통이 말한 `생각의 산파`로서의 독서와 여행은 내연과 외연처럼 한 몸인 거다.
하긴 인간들이 답답하긴 해요. 우리는 모두 우주에 단 하나뿐인 매우 우주적인 존재인데 맨날 남과 똑같은 잣대로 서열화하고, 손바닥 보이듯 빤히 들여다보이는 세상에서 오직 뒤처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삶에만 골몰하고 있잖아요. 아마 그래서였을 거예요. 최지암이라는 남자에게 무작정 편지를 쓰게 된 배경에는 답답한 내 삶의 조건을 보다 우주적인 걸로 개선하고 싶은 기대 심리가 작동했을 거라는 얘기죠.
남들한테 늘 쓰이던 나, 남들한테 늘 써 먹히던 내가 필요 없어지는 공간에 스스로를 던져놓고 내가, 정말 나 스스로가 나를 쓰는 자신을 만나는 거, 그러기 위한 충실한 시간을 갖게 되는 거.
이 세계는 바뀌지 않는가고, 자본주의가 심화된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이 자본 앞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살을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 대세는 변함이 없을 거라는 얘기지요. 그러니 이 세계가 다른 누군가-예를 들면 양식 있는 선량한 통치자-에 의해 바뀌길 희망하지 말고, 그 희망에 기대어 살지도 말라고. 그러면서 세계가 변하길 바라지 말고 자기 자신을 바꾸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타인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구엉이 없는 것` 그게 행복이고 평화고 사랑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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