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 모습. 가을 이맘때는 가끔 뱀도 지나다니는 길이다. 어쩌다 다니는 길이라 긴장을 풀 수 없다.
화면이 거칠다. 예전 고등학교 시절, 동네사진관에서 빌린 카메라로 사진을 찍곤 했을 때, 아마도 올림푸스였나, 그 사진기로 찍은 사진이 이렇게 거칠었었다. 순전히 기술 부족이었다. 분명 내 눈은 선명하게, 제대로 반듯하게 보고 찍은 것 같은데 찍고나면 20% 쯤 내 의도를 떠난 사진. 인간관계도 그럴까? 분명 내가 저 사람의 마음을 얻은 것 같은데 돌아보면 그게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2G폰의 이런 거칠고 엉킨 맛이 때로 그리울 때가 있다. 너무나 투명하고 산뜻하고 선명한 건 부담스럽고 이질감이 느껴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