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요일임에도 학교에 나와 6시간 동안 시험 출제하고, 한 시간 걸어서 집에 가니, 갑자기 우울해졌다. 뭐 이렇게 살아야 되는가 하는. 시험 출제 기간이 넉넉해서 천천히 해도 되지만 해야 할 일을 그냥 두고 못보는 성질이라서, 이 성질 때문에 아무래도 수명이 단축될 터.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 따서 홀짝거리며 며칠 전 동료에게서 얻은 인도영화를 틀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914/pimg_7872701831275734.jpg)
인도 배우, 아미르 칸은 무조건 좋다. 이 배우가 출연한 영화를 본 건 <세 얼간이>, <지상의 별처럼>, 그리고 이 <PK >가 전부지만 오랫동안 진한 감동을 남긴다.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감동이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신들의 나라에서 감히 신을 건드린 영화다. 아, 이게 또 인도니까 가능한 영화이리라. 힌두교, 이슬람교, 자이나교, 시크교...이 모두를 더한 바하이교까지. 내 개인적인 종교역정도 만만찮은데, 침례교, 여호와의 증인, 카톨릭, 불교 까지 종교라면 나도 빠지지 않을 이력을 갖고 있다.
각설하고,
pk로 나오는 아미르 칸의 대사가 인상적이어서 이 바쁜 아침에 몇 자 옮겨본다.
pk: 두 종류의 신이 있는 것 같다구요.
당신들을 만드신 신과 당신들이 만든 신이요.
난 당신들을 만드신 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요.
하지만 당신들이 만든 신은 감사를 드리면 좋아하지만 작은 일에도 사람들을 겁먹게 만드시죠.
모두를 만드신 신을 믿으세요.
당신들이 만든 가짜 신은 내쫓아버리시구요.
힌두사제: 젊은이, 우리는 우리 신을 보호하는 법을 안다네.
pk: 신을 보호한다구요? 당신들이?
이 별은 아주 작아요.
수백만 개의 훨씬 거대한 별들이 우주 가운데 존재한다구요.
그런데 당신이 이 작은 별의, 작은 도시의, 작은 방에 앉아서, 신을 보호하겠다고 이야기 하는 건가요? 이 모든 생명을 만드신 분을?
그 분은 우리의 보호가 필요하지 않아요. 스스로가 잘 보호하실 수 있다구요.
오늘 어떤 사람들이 자기들 신을 보호한다고 하는 바람에 내 친구가 죽었어요.
외계인의 시각으로 지구를 바라보면, 그래 월요일도 영원한 건 아니니까 즐겁게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