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요양원에 계신 엄마를 뵙고 왔다.

난감하다, 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게 난감하다.

딸의 얼굴을 알아보시는지 어떤지도 모르겠다.

재밌는 건 그래도 사위 얼굴을 보곤 웃으셨다. 백년 손님이 맞나보다.

앞으로 얼마나 엄마의 육성을 듣겠나싶어 한마디한마디에 귀를 기울여본다.

 

"빨랑 와."

잠시 밖에 나갔다왔더니 간병도우미분들이 엄마의 말씀을 전한다. 마치 나를 찾으셨다는 듯이.

건너편 침대에서 점심을 잡수시는 어떤 할머니를 보시고는 "빨랑 와."를 외치시는 거였다. 배가 고프셨나보다.

 

"다 싫다."

점심을 드신 후, 간병인도우미분들이 '앉아계실 거예요, 누워계실 거예요?'라고 묻자 하신 말씀이다. 밤낮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계시는데 좋은 게 무엇이 있겠나 싶어 가슴이 저려온다.

 

"쌀은 있어?"

이북이 고향인 엄마는 월남 후 고생을 많이 하셨다. 보리밥으로 끼니를 때워야했던 시절이 고생스러우셨는지 잡곡밥을 싫어하시고 흰 쌀밥을 좋아하신다. 먹을 것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뼛속 깊이 사무치셨다.

 

"이제 가봐."

얼굴을 뵌 지 10분 정도 되면 하시는 말씀인데 어제는 1시간 쯤 지난 후에 말씀하셨다. 자식에  대한 원망인지 배려인지 모호하다. 새겨들어야 할 말씀으로 가슴을 늘 서늘하게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눈에는 온통 '노인요양원'만 눈에 띈다. 어떤 건물에는 심지어 요양원이 세 곳이나 들어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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