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 밤, 잠들기 전에 틀어놓은 백창우의 cd는 16곡 중 겨우 첫번 째 곡을 듣다가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새벽에 깨어보니 전원이 그대로 켜져 있었다. 나머지 15곡은 전혀 기억에 없고...
그 첫번 째로 나오는 시가 바로 김용택의 <해가 지면>으로 시작하는 시였는데 ' ~~~걸어간다'를 자장가 삼아 들었나보다.
중2...아, 힘들다. 쓰러질 것 같다. 무례함에 화로 맞서기도 하지만 도를 닦듯 참고 또 참는다. 내가 왜 이 길에 들어섰던가, 를 되새김질할 뿐이다. 그래도 집에 걸어갈 수 있어 좋다. 집에나 가자. 지금 걷기 시작해도 집에 가면 어두워지니 서둘러야겠다.
연애 1
김용택
해가 지면 나는 날마다 나무에게로 걸어간다 해가 지면 나는 날마다 강에게로 걸어간다
해가 지면 나는 날마다 산에게로 걸어간다
해가 질 때, 나무와 산과 강에게로 걸어가는 일은
아름답다 해가 질 때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산그늘처럼
걸어가는
일만큼
아름다운
일은
세상에
없다
*****위 시에 딱 맞는 길이 나의 퇴근길이다. 흙길을 따라 오른쪽엔 소나무, 왼쪽엔 해당화가 도열해 있고, 17도 각도로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봉우리가 다섯 개라서 오봉산이라 불리는 산이 있고, 바닷물이 들고 나는 어귀가 가늘고 길게 흙길을 벗삼아 뻗어 있다. 이 흙길을 따라 한 시간을 산그늘처럼 걸어가면 드디어 우리집에 도착한다. 분명, 나는 이 길로 퇴근하기 위해 내일도 출근하게 될 것이다. 길이, 걷는 일이 나를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