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년/2004년/2013년
남주인공: 에단 호크(1970.11.06)
여주인공: 줄리 델피(1969.12.21)
어제와 오늘, 이 세 편의 영화와 함께 뒹굴었다. 계속 밖으로만 돌다가 집안에 처박혀(?) 있으니 무위가 제일 어렵고 겁난다. 이럴 때 미뤄두고 보지 않은 이런 영화들이 기다리고 있다니...모든 영화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나 할까.
20대 초반의 풋풋한 하룻밤의 사랑에서 40대 초반까지 이어지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전부인 다소 밋밋한 설정이지만 두 주인공의 늙어가는 모습을 따라가는 맛이 인상적이다. 주름도 그대로, 튀어나온 뱃살과 두리뭉실해진 허리곡선도 그대로, 보톡스로 가미하지 않은 여주인공의 늙어가는 얼굴도 그대로, 셔츠 차림의 남주인공도 그대로, 끈 달린 옷을 즐겨입는 여주인공도 그대로이다. 이 '그대로'의 모습처럼 그들의 사랑도 그대로 남아 있다, 결국엔.
각각 비엔나, 파리, 그리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어떤 글을 보면 유럽 여행 전에 이 영화를 볼 것을 권하지만 후편으로 갈수록 배경은 그렇게 중요하게 부각되지 않는다. 삶도 그렇잖은가. 젊을수록 장소같은 주변환경이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주위환경에 좌우되는 대신 자신의 행동과 말에 더 집중하게 되잖은가. 행동은 굼끄게 되지만 느려진 행동을 말이 대신하게 되어 점점 더 말이 많아지고 그 말 때문에 주위사람들을 피곤하게 한다. 이 영화의 3편을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장면은 없고 대사만 쉴 새 없이 이어져서 살짝 피곤해질 정도였다. 2편 후반부와 3편을 보게 된 남편은 3편에서는 차라리 영화에서 고개를 돌려버린다. 말이 너무 많다고. 자신도 늙어가면서.
셋 중에서 한 편을 꼽는다면 역시 1편이 제일 영화답다. 배경 설정이나 두 주인공의 푸릇푸릇한 젊음이 지나간 청춘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갖게 한다. 후편으로 이어질수록 영화는 일상의 우리네 삶과 다를 것 없는 리얼리티를 보여주는데, 낭만에서 리얼리티로 이행되는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혹 두 주인공이 진짜 부부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만큼 잘 만든 영화라는 얘기가 되겠다.
영화 한 편을 또 보러 나가야 되기에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