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서가에 꽂혀있는 나태주의 시집으로 제호 <세상을 껴안다>가 눈에 거슬려서 뒤적여보았다. 도대체 세상을 껴안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는데 세상을 껴안으라니...그러면 당신은 어떻게 이런 세상을 껴안을 수 있냐 싶어 약간은 삐딱한 기분으로 펼쳐 들었다. 그러다가 <어느 봄날>이라는 시 앞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어느 봄날>
봄에 꽃이 많이 피면
사람이 떠난다
사람 가운데서도
좋은 사람이 떠난다
아! 두려운 봄
소리 소문도 없이
유서도 없이
모가지 꺾는 봄
이담에 나도 꽃이
많이 피어나는 어느 봄날
떠나갈 것이다.
왜 하필 이럴 때 이런 시구가 눈에 띈담. '모가지 꺾는 봄'이라니.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생긴 비염이 다시 도지려고 한다. 자꾸 콧등이 시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