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기 전엔 죽지마라 - 떠나라, 자전거 타고 지구 한바퀴 1
이시다 유스케 지음, 이성현 옮김 / 홍익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병원에 가는 날 이 책을 가방에 넣고 갔다. 가벼운 수술이지만 병원에 입원하러 가면서 들고 가기에는 제호가 약간 어울리지 않을 듯한 책이다. 그렇다고 삶의 의지를 다지기 위한 것은 더욱 아니다. 다만 무료한 시간을 좀 더 수월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였다. 구입해놓고 건드리지 않기도 했고.

 

'7년 반 동안, 전 세계 87개국 95,000km를 자전거로 달렸다! 문명에 찌든 일상으로부터 엑소더스를 꿈꿨던 젊은이의 위대한 독립선언서'라고 겉표지에 적혀 있지만 못내 부박한 표현이다. 꼭 이런 여행을 해보지 못하거나 않는 사람들을 주눅들게 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데 내용은 이런 자랑 따위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된다.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한 연민, 쓸쓸함에 대한 관조 등 장기간의 혹독한 여행이 아니고서는 터득할 수 없는 깊이가 느껴진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 동지가 된 친구가 티베트에서 조난을 당해 생사를 달리한 이야기, 초원에서 홀로 사는 청년과 나누는 내면의 대화, 의족에도 불구하고 생의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한 예쁜 아가씨의 다음과 같은 말 등...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음악을 듣고 있으면, 살아 있어서 행복하다는 걸 깨닫게 된답니다.

(173쪽)

 

평범한 문장에 불과한데 병원 침대에 누워 읽다보니 아름답게 읽혀진다. 간사한 마음이라니..

 

온갖 의술과 의약의 도움으로 병원에서 고독하고도 무의미하게 생의 마지막 시간을 연장하느니 차라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여행길에서 장렬하게 죽어가는 게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읽어 나가자니 단순한 여행기 이상으로 읽혔다. 독서라는 게 어디에서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구나 싶기도 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