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bibi (Hardcover)
Craig Thompson / Faber & Faber / 201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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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지 16일만에 손에 넣을 수 있었던 665쪽의 만화책. 가격은 34,040원. 내가 만든 카테고리로는 Fiction에 들어가야겠으나 미술분야에 더 어울릴 듯하여 이쪽으로 분류한다.

 

아랍 문자와 코란, 이슬람 세계의 상징적인 문양 등이 이야기의 줄거리와 함께 장대하게 펼쳐지는 책이다. 소설이라면 묘사와 설명으로 족히 몇 쪽은  차지하게 될 어떤 장면을 단 한 컷의 그림으로 표현한 수많은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숨이 막혀온다. 새삼 만화의 세계에 눈이 번쩍 뜨였다고나 할까. 그간 만화책에 대한 편견 내지는 경시를 한방에 날려버린다.

 

이야기의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인상적인 것은, 아랍 문자를 그림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아랍 문자가 지닌 서체의 유연성과 어떤 특징들이 이야기의 줄거리와 결부되어 그림 속에 녹아드는 과정을 보다보면 내 안에 잠재된 호기심이 꿈틀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에게 서예라는 세계가 있듯이 이슬람에도 그들만의 독특한 서체의 세계가 있음을, 그간 들어왔던 이런 세계를 비로소 이 책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이슬람 세계에 좀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이런 식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이질적이라고 여겨져온 다른 문화와 문명을 풀어낸다면 - 예를 들어 힌두문화 같은 것, 허나 기독교문화는 제발 그만 -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  덜 싸우게 되고, 덜 싸우게 되면 좀 더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 존 레논의 Imagine처럼 국경이 사라지게 되는...이런 상상을 하게 하는 이 만화책, 참 멋지다. 만화책 한권으로 세상의 변화를 잠시 꿈꾸어보게하니...

 

 

그러나 이 책은 무엇보다도 절절한 사랑이야기이다. 그 절절한 안타까움에 빠져들다보면 몇시간이 훌쩍 흘러가버린다. (물론 영어원서로 읽다보니 이해되지 않는 표현에 발목이 잡히기도 하지만) 아무리 재밌는 영화도 2시간 여의 상영시간이 끝나면 그것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 것에 비하면 이 책은 그 몇배의 시간을 공들이게 하니, 가격대비 효과 만점이라고나 할까.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새는 줄 모른다더니 바로 이런 나를 두고 하는 말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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