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를 걷다 - 시간도 쉬어 가는 길
최성현 지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감동적인 이야기 둘. 읽다가 눈이 충혈되는 부분이다.

 

하나

p.138...그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나는 꽤 울었는데, 그것은 합주단 대표인 6학년 남학생과 할머니의 아름다운 동행때문이었다. 3대가 모여사는 그 집에서 할머니는 맞벌이로 바쁜 자식 내외을 대신하여 손자를 돌보고 있었는데, 그 방식이 특이했다. 할머니는 놀랍게도 날마다 초등학교까지 손자와 함께 걸었다. 왕복 3킬로미터 거리를. 갈 때만이 아니어서. 손자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올 때도 가서 함께 돌아왔다. 이야기도 나누고, 장난도 치며 왕복 3킬로미터를 할머니와 손자는 가고 왔다. 그 속에서 손자는 자랐다. 합주에 집중을 못하는 후배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를 배웠고, 잃었던 용기와 의욕을 되찾았다.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 평화롭기 이를 데 없는,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풍경에 나는 감동하여 화장지에 코를 팽팽 풀어가며 한참을 울었던 것이다.

 

p.157...그가 다니는 양호 시설에는 학교 가기를 싫어하는 소년이 하나 있었다. 그 소년은 학교에 가지 않고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학교가 파할 무렵에 맞춰 양호 시설로 돌아오고는 했다. 아무리 타일러도 듣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소년과 그가 단둘이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다.

   "어디서 지내다 오니?"

나무라는 기색 없이 그가 물었다. 소년은 머뭇거리다가 떠듬거리며 털어놓았다.

   "학교로 가는 길가의 다리 아래, 그 다리 아래 시멘트로 만든 커다란 관이 있는데...., 그 안에서..."

시멘트 흄관 안이라니! 그 순간, 어디 한군데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방황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며 눈에 눈물이 괴었다. 그는 그 눈물을 담을 생각도 못하고 소년의 손을 잡았다.

   "그랬니. 네가 어디 마음 둘 데가 없었던 모양이구나!"

그 말, 그 행동에 소년은 사내에게 잡힌 손을 빼서 이번에는 제가 잡았다. 그러고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봇물이 터진 듯한 울음이었다. 

 

 

이 책은 리뷰를 쓰는 게 어울리지 않는 책이다. 조용히 읽고, 조용히 생각하고, 조용히 눈물 흘리고, 조용히 음미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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