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가토 - 2012년 제45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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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대학 다니던 시기가 나의 대학시절과 똑같아서, 숨 죽이며 읽었다. 줄거리가 말 그대로 소설같은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이틀을 행복하게 보냈다. 덕분에 일주일간 앓던 독감도 깨끗하게 가라앉았다. 특히 중간중간에 나오는 먹는 얘기에서는 그간 독감으로 잃었던 식욕이 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소설을 읽으며 어떤 특정 음식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니... 독서의 힘! 소설의 힘!

 

그러나 과장이 지나친 부분이 없지 않다. 이를테면 임신한 오정연이가 토하면서도 음식을 계속 먹는 부분이다. 임신해서 음식은 허겁지겁 먹을지언정 그렇게까지 음식에 미치지는 않는다.

 

결말에서 30여 년간 행방불명되었던 오정연이가 파리에서 다시 등장하는데, 그리고 이 결말을 위해서 몇 개의 복선을 깔았는데 이 복선들이 암시하는 게 무엇인지 쉽게 짐작이 간다는 점과, 마지막 부분이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되레 싱겁고 허탈하다는 점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다.

 

허나 영화 같은 영화가 재밌는 것처럼, 기꺼이 그런 영화에 몰입될 준비를 하고 영화관에 들어가는 것처럼, 소설같은 소설도 때로 위안을 주고 일상을 새롭게 살아나갈 힘을 주기도 한다. 이 소설이 그렇다. 미안하다면 작가가 공들여서 벽돌처럼 쌓은 문장들이 손바닥의 모래처럼 너무나 빨리 빠져나가버린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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