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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여행법 - 딸과 함께 떠난 유럽 사진기행
진동선 지음 / 북스코프(아카넷)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세 번째 카메라를 살까 말까 고민 중이다. 우중에 백두산에 오르다가 두 번째 카메라를 망가뜨리고는 카메라를 거의 만져보지 않았으니 족히 몇 년은 되었다, 카메라 만져본 지도. 물론 그사이 세월은 변해 디카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 디카를 만져보기는 했으나 영 흥미가 붙지 않는다. 셔터를 누를 때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뷰파인더를 무의식적으로 눈에 갖다대는 습관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진가의 책이다. 사진을 전공하는 딸과 함께 한 사진여행의 결과물이다. 그래서인지 끊임없이 딸 얘기가 나오고 딸에게 좋은 부모가 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잘 드러나 있다. 그 점이 이 책의 특징이며 장점이자 단점이고 또한 한계다. 자녀와의 여행에서 어떤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모로서의 의무감...이건 여행이라기 보다는 일에 가깝다.
나는 만화책을 잘 보지 않는다. 이유는 그림 때문에 글에 집중이 안 되고 글 때문에 그림에 집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사진집도 쉽게 집어들지 못한다. 글이 많은 사진집은 글이나 사진 모두에 집중하지 못한다. 글이 사진을 방해하고 사진이 글을 방해한다. 책을 잘 쓴다는 게 참 힘든 일이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몹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각종 공문에 출장에 평가에...일본 여행을 앞두고 있는데 어떨 때는 여행날짜가 떠오르지 않아 당황한 적도 있을 정도다. 이래저래 약간 성의없이 읽었음을 인정하며 그래도 이 책에서 건져올린 멋진 표현이 있었기에 어설프게나마 리뷰를 남긴다.
141쪽....경험에 의하면 좋은 사진은 역사와 문학과 예술혼이 만났을 때 탄생하게 되는, 진정한 자기만의 사진이다. 또 좋은 사진은 누가 봐도 아름다운 것을 찍었을 때 만들어지기 보다는 아름다움이 드러나지 않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표현했을 때 만들어진다.
352쪽...길을 떠난 자만이 길을 떠났음을 후회한다. 그러나 떠난 자만이 돌아올 수 있고, 그 자국에 아파한다. 세상의 모든 길은 상처다. 상처 없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그나저나 카메라, 사야 되나 말아야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