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1disc) - 할인행사
한상희 감독, 이준기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8년 2월
평점 :
일시품절


사실 이 영화는 daum에서 1,000원을 주고 다운로드했다.

 

한일 합작영화로 이준기와 일본 배우 미야자키 아오이가 주연을 맡았다. 어설픈 장면을 손으로 꼽으라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라지만 그래도 흥미롭게 감상했다. 우선 교토의 아름다운 명소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아라시야마에서 여주인공 아오이가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나 마츠리 축제의 와중, 혼잡한 군중 속에서 이준기와 사이가 떨어진 잠깐 동안 여주인공의 말 못하는 가슴 저린 표정 등이 얼마전 읽은 일본작가 야스나리의 <고도>를 떠올리게 한다. <고도>는 교토의 사시사철과 축제, 생활상 등 교토의 거의 모든 부분이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를 줄거리로 펼쳐진다.

 

교토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는 50%이상은 먹고 들어간다고나 할까. <고도>라는 소설이 구성이나 문체 등이 그저 그렇고 이 영화 역시 여고생이 시나리오를 썼나 싶을 정도로 어설픈데도 뭔가 아련한 구석이 남으니 말이다.

 

교토, 이 아름다운 곳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가 계속 궁금해진다.

 

있었다. 교토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검색해보았더니 과연, 인생도처유상수!

http://khaosantokyo.blog.me/120146233924

 

***(2012.12.27) 진도가 모두 끝나서 방학날짜만을 간절히 기다리는 요즈음, 이 영화를 중1, 중2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로맨스라서 여학생이 좋아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남학생, 특히 중2남학생들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아이들이라 그저 그런 영화를 보여줬다가는 외면당하기 딱 알맞는 일이라 영화 선정에 자신이 없는데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반응이 좋아봤자 겨우 몇 명 정도 관심을 끈 것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영화를 무시한 채 제멋대로 떠들었다. 그가운데 분위기가 어수선하여 소리가 잘 안들린다며 한두 명이 교탁 주변으로 몰려와서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평소 수업 시간에 딴짓하거나 엎어져 자는 녀석이 모처럼 눈을 반짝이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귀엽기도 했다. 틱 장애가 있는 녀석은 자리에 앉는 것보다 서서 공부하는 게 편하다며 늘 비뚤어진 자세로 책상에 상체를 엎드린채 공부를 하는데 오늘은 아예 처음부터 교탁주변으로 와서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이 녀석에게서 이런 열의를 본 것은 일 년 중 아마 처음이지 싶다.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또 한 녀석은 내 옆에 서서 영화를 보면서 내가 제친구라도 되는양 중얼거린다. "난 평생 솔로로 살아야지."   

 

  내용도 뻔하고 구성도 어설픈 이 영화가 아이들의 관심을 끈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중학교 2학년 남학생들에게.(중1교실에서는 이런 반응이 전혀 없었다.) 어설픈 청춘이 시작되는 나이라서 그럴까?

 

  영화의 초반부만 겨우 맛본 이 남학생들 왈.

"제 USB에 복사해도 될까요? 다음 시간이 과학인데, 보려구요."(A반의 범생이)

"(친구 이름을 부르며) 나 이 영화 다운받아야지."(B반의 잠꾸러기)

 

이준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영화를, 여학생들은 이준기라는 배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남학생들은 머지않아 시작될 자신의 어설픈 청춘을 꿈꾸며, 이 영화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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