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놀다 - 풀꽃지기 자연일기
이영득 지음 / 황소걸음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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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볼라벤' 때문에 임시 휴교를 하고 그 덕분에 이 책을 읽었다. 물론 출근은 했다.

 

오후 일찍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얼마 후, 휴대폰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여보세요" 하는데도 상대방의 답변은 커녕 이상한 신음소리만 들려왔다. 웬 변태인가 싶어 냅다 전화를 끊어버렸는데 곧이어 집전화기가 울렸다. 마침 일찍 들어온 딸아이가 전화를 받았다. 흠....며칠 전 주문했던  알라딘 책 택배였다. 딸이 그런다. 10대인 자기라면 모를까 50대 아줌마한테 누가 그런 짓을 하겠느냐고. 그러면 그 신음 소리는 뭐여? 바람 소리? 태풍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고나 할까?

 

하여튼 그렇게 해서 받은 책이 이 책 <숲에서 놀다>였고 사진이 적당히 점철된 책이라 단숨에 읽었다. 책 제목 그대로 숲에서 논 얘기다. 글로 보나 사진으로 보나 저자는 숲(나무, 꽃, 곤충, 새 등을 포함한)을 사랑하고 즐길줄 아는 사람이다. 사계절 동안 숲에서 자연과 더불어 노닐었던 기록이다.

 

단숨에 읽긴 했지만 여기에 실린 사진 한장 한장에는 정성이 가득하다. 어떤 사진은 몇 시간씩 기다린 끝에 찍기도 했다. 즐기지 않는다면 졀대로 나올 수 없는 사진들이다. 그래서 한컷 한컷이 사랑스럽고 예쁘다.

 

생태공원을 퇴근길로 잡은 지 벌써 7년째,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해본다. 제대로 된 카메라를 사서 퇴근길의 생태공원을 찍고 싶다고. 철쭉, 이팝나무, 해당화, 민들레, 붓꽃, 갈대, 억새, 나문재, 퉁퉁마디, 부들 등 뿐이랴. 우아한 철새들(새 이름엔 젬병이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걸음이 멈춰지곤 한다.

 

이런 작은 열망이 있는지라 이 책이 더 사랑스럽고, 부럽게 다가왔다. 나도 놀 줄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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