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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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후편에 해당하는 <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를 먼저 읽었었다.  그 책을 읽고서도 저자의 담대함, 순발력, 에너지에 감동을 받았었는데 감동면에서는 이 책이 훨씬 앞서는 것 같다. 먼저 세상에 나온 이 책, 역시 첫 경험의 생생함이 더 팔팔하게 살아있다.

 

349쪽...나는 런던 금융가 사무실에서 일했던 5년보다 직접 세계를 돌아다니며 돈을 벌었던 지난 여섯 달 동안 더 많은 도전, 더 많은 성공과 실패, 그리고 더 많은 삶을 만났다. 내 계획이 틀어졌을 때에는 실패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고, 계획이 맞아떨어졌을 때에는 달콤한 성취감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더군다나 그 모든 것이 내 돈이었기에 그 기문은 더욱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지은이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곳곳의 특산물을 구입하여 다른 나라에 가서 팔아 이익을 남기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성공보다는 실패의 횟수가 더 많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큰 이익을 남겨 투자액에 버금가는 수익을 남긴다.

 

그러나 정말 인상적인 것은 이런 성공담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인 코너 우드먼은, 무엇보다도 다양한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말을 탈 줄 알고, 낚시를 던져 고기를 잡을 줄도 알고, 잘하지는 못하지만 바다에서 서핑도 한다. 서양 속담처럼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리고 인맥 또한 다양하고 굉장하다. 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활용하고 도움 받을 수 있는 인맥이 형성되어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가 두 번째 세계여행을 나서 결실을 맺은 것이 후편 <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이다. 좀 더 윤리적이고 정의로운 목적이 있는 행동으로 발전한다.

 

나른하고 달콤하고 감상적인 여행기가 흔한 요즈음, 코너 우드먼의 이 두 책은 단연 돋보이는 책임에 틀림없다. 누구나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여행으로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그건 그렇고.

 

동네의 대형마트 탐방에 시들해진 남편과 나는, 오늘 드디어 costco 매장 탐방에 나섰다. 35,000원 회원 가입비는 그렇다고 치자. 뭐, 생협 가입비도 있으니까. 그런데 이 세계적인 할인점에서는 삼성카드 외에는 어떤 카드도 사용할 수 없다는 거다. 카드가 없으면 현금을 내란다. 평소에 항공마일리지가 센 시티카드를 주로 사용하는지라 지갑에는 2~3만 원 정도 밖에 지니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참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직원: "여기서는 삼성 카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나: "예? 웃기네요."

 

그러나 속으로는 웃지 못했다. 웃기는 게 아니라 섬뜩하고 무서웠다. 부처님 손바닥에서 놀고 있는 손오공이 된 기분, 결코 유쾌하지 못하다.

 

 

다시 생각해본다. 왜 요즈음 우리나라에선 '나른하고 달콤하고 감상적인 여행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을까. 혹독한 정규교육 과정을 거치면 그렇게 순화(?)되는 건가? 감당못할 질문을 계속 던져본다. 다 그 놈의 삼성카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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