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 인류학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속담으로 세상 읽기 지식여행자 14
요네하라 마리 지음, 한승동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요네하라 마리의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라면 <프라하의 소녀시대>가 되겠고 그 다음으로 기꺼이 이 <속담인류학>을 꼽고 싶다.

 

세상에 떠도는 온갖 속담을 끌어다놓은 것도 재밌고 그 속담을 빗대어 세상 이야기를 슬쩍슬쩍 끄집어내는 것도 무척이나 유쾌하다. 잡다한 속담에 빗댄 잡다한 이야기의 범벅이지만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혼자서 키득키득 웃음을 베어물게 된다. 그 많은 속담을 어떻게 수집했을까도 내내 궁금한 사항이었다.

 

그러나 역시 압권은 미국과 그 미국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고이즈미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부분은 직접 지은이의 말을 들어보는 게 좋겠다.

 

p86...유럽, 심지어 일본을 포함해 세계는 미국 없이도 잘해나갈 수 있다는 인식에 다가가고 있다. 거꾸로 미국은 세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고 자각하기 시작했다. 세계로부터 물자와 돈의 유입이 중단되는 것, 이것이 미국 경제에 가장 큰 공포이며, 바로 이것을 어떻게든 저지하기 위해 세계의 자금과 자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다...유럽이나 일본만큼 중동 석유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미국이 중동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집착하는 것은 바로 세계의 돈과 자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실제로 유럽과 일본이라는 구세계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미국에겐 늘 세계적인 혼돈과 동란 상태가 필요하다.

 

p154...그러고 보면 북한이 핵탄두를 보유했다고 슬쩍슬쩍 드러내 보여도 미국 정부의 대응은 이라크에 비해 훨씬 더 관용적이다. 아마 미사일방어체제를 일본과 한국에 팔아먹는 데 아주 좋은 구실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 한국과 통일이라도 하면 동아시에서 미국의 존재 가치는 날아가버릴 것이다.

 

역시나 요네하라 마리의 국제적인 감각이 매우 돋보이는 책이 이 책인데 단 하나, 때때로 이 책은 19세 이상의 등급을 요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속담이란 게 원래 해학적인 요소가 강한 민담 수준의 내용이 많을 수밖에.

 

 

학교 일이 참 만만하지 않다. 작년엔 아이들 때문에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는데, 올해는 온갖 공문 처리하느라 내 몸의 일정 부분을 따로 작동시켜야 한다. 겨우 반쯤 읽은 이 책을 이렇게라도 어설프게 남기려는 이유라면 이유라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