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중에서 가정사에 얽힌 문제가 제일 고질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란게, 일단 문제를 안고 있으면, 예를 들어 우환 같은 게 있으면, 그 세대가 끝나기 전까지는 해결될 수 없는 난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풀리지 않는 난제에 압사당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 치다보면 세상사에 일정한 거리감 내지는 무심함이 자신을 대신하게 된다. 가정사에 빠져있으면서 세상을 돌아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새삼, 진짜 새삼 깨닫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세상을 향한, 세상의 변화를 촉구하는 진지한 책을 읽는 다는 것은 마음에 또 하나의 바윗덩어리를 얹는 것처럼 무게를 더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독서라는 게 무게에 무게를 더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가정사에, 세상사에 압사당하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자신을 투사해야 할 일임을 그저 묵묵히 실천할 뿐이다.
참다운 이 책을 요렇게밖에 소개하지 못하는 게 무척 아쉽다. 그래도 이나마 끄적거리는 이유는 이 책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215쪽) 시민이 자신이 속한 집단과 계층의 진정한 이해에 눈을 뜨면 그것이 날줄이 되고, 이해의 한계를 넘어서 연대의 필요성을 각성하면 씨줄이 된다. 날줄과 씨줄이 촘촘하게 그물처럼 엮이면 빈곤선 이하로 추락하는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 안전망이 되고, 기득권을 가지 이들로부터 양보와 동의를 받아내는 압력 수단이 될 것이다.
무거운 마음에서 벗어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