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영혼일 때 떠나라 - 떠남에 서툰 당신을 위한 청춘 여행법
노동효 지음, 안시내 그림 / 나무발전소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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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활동으로 아이들 데리고 시립도서관에 갔다가 눈에 띄어 빌려온 책이다.

 

60여 명이 넘는 인원이 도서관에 들이닥쳐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며 소란을 떠니 참다못한 도서관 직원이 바로 학교에 전화를 했다. 아이들 지도 좀 잘 해달란다. (나를 포함한 지도 교사 두 명 중 한 사람은 자전거 타다 부상한 아이를 데리고 병원 가는 바람에 60여 명의 아이들은 오로지 내 책임이었다). 학교가 그렇듯 공공도서관 역시 학생들이 이용해주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안되는 곳인데 기껏 아이들 데리고 왔더니 소란 떤다고 그런다. 학생들도 고객인데 친절하게 가르치거나 안내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넓은 도서관 구석구석에서 학생들 지도를 기대하는 그대들, 교사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것 아닌가.

 

그 와중에 눈치를 보며 빌려온 책이 이 책이다. 웬만하면 반납하기 귀찮아서 그냥 나오거나 나중에 인터넷으로 살 요량으로 제목만 적으련만, 이 책을 집어들고 첫 장을 펼쳐 읽는 순간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반납 따위, 그건 나중 일이다.

 

이미 저만치 흘러가 버린 20대의 여행이라.....내 나이 또래는 30대에 접어들어서야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었다. 그것도 나 처럼 제 때에 자리잡지 못한 경우에나 여행이 가능했지 착실히 살아온 내 친구들에게는 여행이 그리 쉬운 게 아니었다. 취직, 결혼, 아이들로 이어지는 일련의 삶의 연속에서 어디 만만한 구석이 있는가. 얼마 전 명퇴를 하고 동유럽 여행을 떠난 내 중학교때 단짝의 경우도 누구나 쉽게 마음 먹는다고 할 수 있는 여행이 아니다. 이래저래 여행은 만만한 게 아니다.

 

그래서 20대의 무모한 여행을 기록한 이 책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지는 한 장 한 장을 한숨을 섞어가며 읽었다. 이런 게 회한이라는 건가.

 

이 무모한 여행에서 지은이를 보살펴주고 지켜준 건 여행의 신이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이렇게.

 

(313쪽) 당신이 모험길에 나서는 순간부터 여행의 신은 당신을 내려다보기 시작한다. 아무리 힘든 여행길이라 할지라도 내일을 위한 계획은 하되, 걱정은 하지 마라. 당신을 내려다보던 여행의 신은 당신이 정말 간절히 무언가를 필요로 할 때,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삶이 곧, 여행이다.

 

작년 10월 이후로 전혀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 오른쪽 다리의 고통으로 어제는 급기야 종합병원에 가게 되었다. 그간 네 군데의 동네 의원을 전전했건만 결국은 시간 낭비 돈 낭비였던 것 같다. 한 달 후로 잡힌 (생전 처음 들어보는) 근전도검사와 혈류 검사 예약지를 앞에 놓고 인터넷검색으로 알아본 이들 검사 내용은 그리 반가운 것들이 아니었다.

 

걱정 반 우울 반의 기분을 그래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만큼은 잊을 수가 있었다.

 

'여행은 재산'이라고 말하는 지은이의 혜안에 깊이 공감하며 내게도 여행 신의 강림을 간절히 기원하고 또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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