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고등학교 배정을 앞두고 여행을 갔었다. 배정학교 발표, 신입생 임시소집 따위 남의 일처럼 무시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는데 다급하게 딸아이의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이 경우도 남편만 겨우 로밍을 해서 휴대폰을 대여해 갔기에 가능했다.) 2월 2일까지 등록을 하지 않으면 합격 취소란다. 우리는 2일 늦게나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한창 홍콩에서 Symphony of Light를 신나게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딸아이의 담임 선생님도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주셨고 딸아이와 딸의 친구는 거의 울상이 되었다. 당장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여럿 떠올랐는데, 문제는 내가 그들의 전화번호를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남편 친구도 있었지만 그림이 그리 이쁜 모양이 아닐 터이다.

 

이때 기특하게도 딸아이가 알라딘을 생각해냈다. 알라딘 문자서비스에 전화번호부가 있어서 내가 자주 사용한다는 것을 기억해낸 것이다. 당장 숙소로 돌아와서 (다행히 숙소에는 방마다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가 있었다) 친한 선생한테 부탁하니 그건 일도 아니라며 걱정 말란다. 그렇게해서 무사히 등록금을 낼 수 있었다. 새삼 알라딘이 든든했다.

 

그리고 조금 전. 늘 해왔던대로 친구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려고 알라딘에 들어와서 문자를 입력하는데 조금은 황당한 창이 뜬다. '일반회원'이라서 문자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다나. 늘 '플래티넘'을 유지해왔는데 요사이 도서관 활용을 좀 하고 여행을 다니는 등 책 구입과 거리를 두었더니 당장 서비스가 중단된거다. 가차없구나,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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