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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외로운 늑대! 핀란드
정도상 지음 / 언어과학(이엠넷)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핀란드...서너 권의 책을 읽고났더니 핀란드라는 나라가 새삼 새로울 것도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와 해답이 핀란드에 있다는 믿음, 허구임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전체 6개의 장으로 이뤄진 핀란드에 관한 이 책도 핀란드에 관한 기존의 환상을 깨는데 한 몫 했으니...
이 책이 내게 뜻깊게 다가온 것은 핀란드에 대한 부분보다도 영어 교육에 관한 저자의 목소리 부분이다. 제4장 <판란드어와 그리고 영어 교육>에 내가 듣고자 했고 기대했던 내용이 들어 있었다. 내게는 무척이나 공감가는 얘기였다.
소제목만 봐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충 이해할 수 있다.
모국어가 본질이다/핀란드인은 모두 영어를 잘할까?/영어를 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한국과 무엇이 다른가?/ 쓰기 중심의 영어 교육/ 모국어 기반 교육/핀란드어가 영어 학습에 어떤 도움을 줄까?/ 대학 강의에서 핀란드어는?/..본질은 영어가 아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핀란드의 교육은 모국어 교육이다. 외국어도 모국어를 기반으로 한다.
(185쪽)...이렇게 가르친 모국어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모국어에서 경험한 언어적인 감각이 핀란드 사람들의 외국어 학습에 도움을 준다. 이 지식이 외국어의 어떤 현상을 모국어의 현상과 비교하여 파악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그래서 핀란드이 영어 교육에서 영어로 수업을 한다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핀란드에서는 영어의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철저하게 핀란드어의 현상과 비교해서 알려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핀란드어를 모르는 사람이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오히려 방해가 되고 비효율적이다. 이런 점에서 시작 단게부터 영어 원어민을 동원하는 한국의 영어 교육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문화적인 종속감과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를 심어줄 뿐이다.
한국에서 이러한 교육이 불가능한 이유는 1) 한국에는 이러한 교육을 위한 교재가 개발되어 있지 않다. 2) 한국에서는 초등학교에서 한국어 문법에 대한 교육을 하지 않는다. 3) 한국의 영어 교사들은 한국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한국에서 영어 교사들은 한국어의 문법에 대해서 철저하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한국어와 영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그렇게 때문에 핀란드의 교사들이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
맞는 말이다. 영어 문법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한국어 문법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그리고 이에 대한 문제 의식도 별로 없지 싶다. 내 경우에도, 대학 때 부전공으로 공부했던 국문학 가지고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은 대학 교육과정이 좀 나아졌으려나? 절대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
어쩌다가 이 길로 접어들었는지...이는 내 주위에 있는 영어교사들의 하나 같은 한숨소리다. 영어 때문에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아니 온 국민이 괴로워하고 있다. 뭔 이런 세상이 있는지...
그래서 핀란드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저자는 다음 몇 가지로 정리했다.
1) 모국어 지식의 활용 2) 쓰기 교육의 강화 3) 영어로 이루어지는 수업의 유연성 4) 4지선다형 시험의 배제 5) 한 방향으로 치우친 교육의 배제 6) 제한된 교육과정의 철폐 7) 영어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 8) 원어민 교사의 퇴출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의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수동적인 학습 습관'을 들었다. '아이들이 혼자서 공부할 시간을 빼앗아버린 결과' 라고.
교육에 대한 얘기는 참으로, 정말로, 진심으로 별로 하고 싶지 않았는데.....공감을 하다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