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에 갈 일을 별로 만들지 않고 살지만 어쩌다가 갈 일이 있다. 왠만한 거리는 그냥 걸어주는 게 습관이다보니 <예술의 전당>에 갈 때도 당연 3호선 남부터미널에서 내려 걸어가는 게 내게는 상식이다. 5번 출구로 나와서 걸어가면 기껏 5~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버스를 타는 게 우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걸어다니는데... 

그런데 이상하다. 전철역에서 나와 이곳을 찾아가는데 작은 표지판 하나 없다. 이 유명한 곳을 안내하는 표지판 하나, 혹은 작은 화살표 하나가 없다니... 지방에 있는 유적지 같은 곳을 가게 되면 길을 잃을세라 입구까지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차례로 나와주는데 말이다.  

얼마 전 고흐전에 가려고 내가 앞장서서 걸어가니까 남편이 날 못믿는 눈치를 보냈다.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가는 중에 남편의 의심의 눈초리를 보고는 이내 기가 죽어버렸다. 아, 정말 화살표 하나 없다. 뿌르퉁한 내 눈에 그리고 남편의 눈에 온통 들어오는 건 외제 자동차의 물결! 

이럴 땐 내 마음도 거칠어진다. 역시 비싼 동네다. 안내표지판 하나 붙여놓으면 집 값이라도 떨어지나,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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