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 - 메콩강 따라 2,850km 여자 혼자 떠난 자전거 여행
이민영 글.사진 / 이랑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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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 산책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에게 무심하다. 말을 걸 이유도, 할 말도 딱히 없어서일 게다. 그러나 애완견을 데리고 나온 경우에는 좀 다르다. 인간화된(?) 애완견이 빌미 혹은 매개가 되어 사람들이 눈빛을 주고 받고나 한 두 마디 주거니 받거니 하기도 한다.  

자전거 탄 사람은 애완견보다 좀 더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여행 지역이 자동차로 다니기 힘든 오지인 경우에는 오토바이를 타거나 자전거를 탄 여행자들은 거의 영웅에 가까운 대접을 받을 수도 있다. 해발 3~4,000 m가 넘는 산악지역에서 자전거 탄 사람들을 만나면 말을 붙이지 않고 무심하게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예의를 떠나서 그냥 말이 튀어나온다. 감탄과 존경을 자아내는 저 사람은 도대체 어떤  인간인지 궁금해져서 말을 걸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이 대개의 기행문과 다른 점이라면, 관광지나 유적지 중심이 아니라 길에서 만난 사람 중심이라는 점일 게다. 저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현지인이건 여행자건 밀착 취재에 가깝게 사람들의 속내를 잘도 끄집어내며, 만나는 사람들을 친구로 만드는 재주가 유별나다. 마음이 열려있지 않고서야 어디 그게 가능한 일인가. 

그래서, 저자가 택한 자전거 여행이 그걸 가능하게 했으리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힘들게 꾸역꾸역 험한 길을 두 바퀴로 달리는 사람들을 만나면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기 때문이리라. 자전거는 모든 여행 수단 중 가장 자연친화적인 동시에 가장 인간친화적인(?) 수단이 아닐까 싶다. 단, 도보여행 빼고. 

자전거로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의 삶의 길을 모색하는 저자의 의미있는 여행을 부러운 시선으로 읽는 시간이 나로서도 참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여행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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