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b Marley - Legend [2CD Deluxe] -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선정한 100대 음반 시리즈 66]
밥 말리 (Bob Marley)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요즘엔 그동안 하고 싶었던 짓이나 미루었던 것들을 하나씩 해본다. 누가 막은 것도 아니고 말린 것도 아닌데 왜 망설이며 지내왔는지 모르겠다.  

그런 망설임 중의 하나...밥 말리의 음반을 구입했다. 아마 몇년 간의 망설임이었을 것이다. 밥 말리에 대해선 어느 여행서에서 읽은 후 막연히 호기심만 가지고 있었는데, 지난 겨울 방콕의 카오산로드에서 흐벅지게 만난 레게 음악이 꿈틀꿈틀 되살아나면서 다시 밥 말리를 떠올리게 된 것이다. 

흥겨움에 자신도 모르게 어깨춤을 들썩거리면서도 가슴 한쪽에 살짝 살짝 슬픔이 고이는 묘한 매력이 레게 음악 같다. 밥 말리의 목소리가 그렇다. 힘이 있으면서도 절제된 슬픔이 배어있다. 그러면서도 흥겹다.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 그런데 또 묘한 게, 흥겨우면서도 슬프고 또한 약간씩 지루하다는 것이다. 이건 또 어떻게 설명할까? 권태를 몸짓으로 털어버리면서 흥겨움에 취하고, 조금씩 슬프면서도 마음 저 깊은 곳을 위로하는 음악이라니...

사람을 많이 만난 날은 즐거우면서도 쓸쓸하다. 

하나로 연결된 네트워크 덕분에 인천지역 초중고가 서로 통하게 되어있는데 오늘 그 덕(?)을 보았다. 몇년 만에,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육촌 동갑내기-- 육촌 동생, 오빠, 누나는 자연스러운데 동갑내기를 표현하는 데는 좀 어색한 구석이 있다. 우리 말은 서열을 따지는 데 더 적합한 것 같다--에게서 메세지가 날아왔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교감 언제 나가냐고 물으니까 그냥 살다가 그만 둘 거라고... 

근방의 학교들은 이때쯤이면 한바탕씩 떡을 싸들고 타학교 발령을 받고 떠나간 동료교사들을 위문차 방문하는게 요즈음의 풍속도이다. 올해는 내가 위문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미운정고운정의 20년 지기 조선생, 라오스 여행을 함께 한 안선생, 친할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마음이 통할 것 같은 최선생, 강적의 대화 상대였던 민선생, 그리고 남미에서 사다준 담요로 아직까지도 고마움을 잊을 수 없는 남선생. 함께 (오늘) 밥 한끼 못한 게 내내 서운하게 남는다. 

수업시간에 나와 눈을 맞추고 호흡을 함께 나눌 줄 아는 우리반의 예쁜 한 여학생이 종례후 복도에서 넘어져 부상을 입었다. 오른쪽 귀 한부분의 살점이 v자 모양으로 떨어져 나갔다. 급히 부모에게 연락을 해서 엄마가 학교에 왔다. 내 놀란 가슴으로 엄마를 보자니 참 미안하고 가슴 아팠다. 

도서지역 출신 학생에게는 통학비나 생활비 보조를 해주는데 그 신청기한이 오늘까지여서 급하게 어제 전화로 신청한 한 학생의 사촌형이 필요한 서류를 가지고 왔다. 이작도에 있는 부모 대신이었다. 그 학부모에게 할 말이 참 많았는데 오늘 같은 날 왔더라면 오히려 정신이 없었겠지만, 좀 그렇다. 일당백하는 녀석이 아무래도 앞으로 문제가 많을텐데... 

동갑내기와의 (오전의)메신저를 빼고는 이 각각의 방문객들이 같은 시간대에 거의 동시에 교무실로 들이닥쳤다. 마치 레게 뮤직 같은 하루였다.  

아, 밥 말리...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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