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루앙프라방 - 산책과 낮잠과 위로에 대하여
최갑수 지음 / 예담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때론 리뷰보다 책 속에 있는 한 페이지를 그대로 옮기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책이 그렇다.

<당신은 여행을 잘하고 있다> 

당신 이마 위에 떠 있는 별자리의 이름이 궁금하다면,  

잊고 있던 사람이 문득 떠오르고 그에게 엽서가 쓰고 싶어졌다면, 

당신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고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얼마 남지 않은 통장의 잔고가 전혀 걱정이 안 된다면, 

그보다 집에 두고 온 화분이 더 걱정이 된다면, 

더러워진 손을 바지에 슥슥 문지르고 과일을 껍질째 깨물어 먹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면,  

일요일인 줄 알았는데 오늘이 월요일이라면, 

낯선 언어로 씌어진 표지판이 아름다운 그림처럼 보인다면, 

황홀한 풍경 앞에서 카메라 꺼내는 걸 잊어버린다면, 

버스를 잘못 탔는데 '끝까지 가보지 뭐'하는 생각이 든다면, 

어느 시끄러운 TV Bar에서 한 무리의 술 취한 미국 여행자들과 함께<프리즌 브레이크>를 보면서도 그들이 곁에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그냥 바나나 한 다발이 옆에 놓여 있구나 하고 생각한다면, 

지구에 완벽한 곳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나도 살면서 아름다운 것 하나쯤 남겨두고 가야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고 느낀다면, 

그래서 돌아가기 싫다면,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면,  

당신은 여행을 잘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매일 이런 심정이라면 나는 늘 여행하며 살고 있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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