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잉글리시 - 영어를 삼킨 아시아, 표준 영어를 흔들다
리처드 파월 지음, 김희경 옮김 / 아시아네트워크(asia network)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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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여러 날에 걸쳐 읽었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퇴근 후 집에서 읽는 것이라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던 탓이다. 지난 주에는 수능 감독까지 있었다. 그것도 (지금까지 해왔던)부감독이 아닌 정감독으로!(부감독과 정감독의 차이는 교탁 앞에서 반듯하게 서 있느냐 혹은 교실 뒤편에 서 있느냐의 차이 그 이상이다.) 

이 책의 장점은, 크게 새로울 것 없는 내용들이지만 여러 잡다한 사실들을 통합적으로 잘 정리해 놓았다는 정도일 것이다. 아시아 여러 나라들에서 다양하게 쓰이는 영어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그 직조망이 촘촘하다고나 할까. 식민지에 파견된 종주국 조사관의 보고서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넓은 아시아 지역에서 쓰이고 있는 다양한 영어를 꿰뚫지 않고는 쓸 수 없는 책이이라. 한편 아시아 사람이 아닌 영국인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입지적인 조건에서라면 아직까지는 그들이 우세할테니까. 

하나만 인용해본다. 

p.231...중국의 경제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어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중국에서는 2억이 넘는 사람들이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영어가 유창해질 중국인 수가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미국인과 영국인들을 합한 수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중국어 학습 열풍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지금까지 배우는 사람이 워낙 드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초기의 열정이 사라지고 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끈기 있게 중국어 공부를 지속할 수 있을까? 실제로 ...한 칼럼니스트는 미국 고등학교들이 중국어 수업에 돈을 쏟아 붓느니 차라리 중국 학생 평균보다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미국 학생들의 수학 능력 향상에 집중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중국어 열풍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영어가 유창해질 중국인 수가 그렇게나 많다면 오히려 영어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건가? (영어 보다는)중국어에 유창한 중국유학생보다 영어를 기본으로하고 중국어도 더불어 하는 국내 대졸 출신을 더 선호한다는, 어디선가 주워들은 얘기가 떠오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떠올랐던 생각 하나. 

영어 학습의 세계는 불공평하고 불평등한 세계를 바탕으로한 자본주의적이고 계급주의적인 속성을 그대로 간직한 세계이다. 부익부 빈익빈의 경제적 속성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영어 학습 세계에서는 자신이 속한 계급에 따라 영어에 대한 흥미도나 성취도가 달라진다. 

해마다 무기력한 아이들이 증가하는 학교 현장-나 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동료 교사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다-에서 써먹을 일도 없어 보이는 외국어를 배우고 가르친다는 건 참으로 지난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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