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장영희 교수의 글이 그렇게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글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싶다. 마치 군에 갔다오지 않은 사람을 한 옆으로 제껴두고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절대로 나이 먹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 또한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늘 그런 생각을 해왔다. 꽉 움켜쥔 자기 세계라고 할까, 세상에 대한 방어벽이라고 할까. 이런 자기만의 세계가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뿌리의 어느 부분에서 홀연 빠져나왔던 나 역시 그랬으니까. 

도서관에서 빌린 이 책을 틈틈이 읽으면서 가끔씩 신음처럼 새어나오는 가냘픈 내 한숨 소리에 놀라곤 했다.  한 번도 뵌 적이 없지만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이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왠 오버?  

결혼을 둘러싼 무릇 인간사의 찌든 인간관계에 휘둘리지 않아서 실감(?)이야 덜하지만 나름 가열차게 살았던 여러 흔적들이 눈물겹게 다가오곤 했다. 참 긍정적인 분이었던 것 같은데 그 가운데서도 안쓰러움이 묻어났다. 

절제된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글에서 오히려 더 진한 슬픔이나 연민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작년에 운명을 달리한 분을, 오늘 이 책을 통해서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