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그동안 산티아고에 다녀온 사람들은 우리나라에도 꽤 많다고 들었다. 또한 다녀온 사람들이 펴낸 책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책들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이 그것들과 어떻게 다른지 알지 못한다....'(400쪽)
소설가 서영은에 대해서는 이야기만 무성하게 들었지 정작 그의 소설을 관심있게 읽은 적은 없다, 는 사실에 나 스스로 놀랐다. 짧은 문창과 시절, 소설가 김동리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살아있는 전설같은 분의 강의를 듣는 다는 것에 감격하는 것도 잠깐, 귀가 먹은 여느 노인네와 다름없다는 실망 아닌 실망으로 수업은 별 의미가 없어보였고 고루하기까지 했었다. 내가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 서고 보니 나이 70을 넘어 남을 가르친다는 일이 절대로 만만한 일이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고령에도 불구한 후학을 위한 열정은 높이 살 만한 일이었지만 거물에게서 배우고 있다는 감격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따라서 서영은이라는 작가는, 소설 보다는 김동리와의 관계로 더 잘 알게되었다고나 할까. 헌책방에서 구입한 그의 소설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는 게 전부이다.
산티아고에 관한 책을 한 권도 읽지 않고 그 길에 올랐다는 윗 글을 읽고 적잖이 놀랐었다. 글쎄, 내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여행 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까. 그리고 바로 이게 서영은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여느 산티아고 책과는 전혀 다르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노련한 작가답게 문장이 치밀하고 표현이 뛰어나지만, 결국은 자기만의 여행을 기록한 책이라는 점에서는 그저 기행문으로 분류하면 될 것이다. 거기에 기독교 신앙인으로서의 신앙 고백 같은 게 짙게 녹아 들어있다. 글쎄, 불가지론적 입장에서 그 부분을 건드린다는 게 무척 난감한 부분이며 애써 피하고 싶은 주제이기도 해서 그건 내 식대로 접수했을 뿐이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어나가자니 솔직히 읽기가 불편했다. 특히 그의 동행인 '치타'와의 시종일관된 에피소드는 약간 민망한 느낌마저 들었다. 마치 내가 그의 동행이 되어 무안을 당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집요한 까발김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횡포라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무척이나 불편했다. 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지은이의 신앙 고백을 더불어 따라가자니 책 읽기는 고역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이 불편함의 끝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결론지었다. 서영은의 산티아고 길이다, 라고. 제 색깔대로 살아가듯 제 색깔대로 걷는 것이다, 결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