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걸어, 희망으로 - 나를 치유한 3000킬로미터 기적의 유럽 걷기 여행
쿠르트 파이페 지음, 송소민 옮김 / 서해문집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인 쿠르트 파이페라는 분은 대장암 수술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그것도 인공항문기구를 달고 170일 동안 3,350km를 걸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상태였다.

책 내용으로 보아, 저자는 평생 조경사를 천직으로 성실하게 살았으나 그리 풍족한 생활을 하지는 못했던 듯, 죽음을 앞두고 하는 마지막 여행에서도 끊임없이 여행 경비를 걱정하고 있다. 성격도 깐깐하여 남에게 조금의 신세도 지고 싶어하지 않아 여행 초반에는 남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못하여 마음 속에 갈등을 일으키곤 한다.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대쪽 같은 성격의 소유자라고나할까. "나는 수년 간 벽에 머리를 들이박듯 억지를 많이 부렸다."는 저자는 이렇게 변한다.

   
  (91쪽)사람은 나이가 들면 굳어져 더 이상 바뀔 수 없다고들 한다. 나는 바뀌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말이다. 이 사실을 아주 많은 걸음을 내딛고 난 후에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산티아고처럼 잘 닦인 길이 아닌 길을 헤매며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은 한편, 그 인내심에 탄복하면서도 그 미련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한장 한장 읽어나가는 과정이 마치 내가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것처럼 때론 숨이 가빠지고, 때론 타인이 베푸는 호의을 내가 받아들이는 것처럼 환희와 감동의 물결이 일곤 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뭔가 내 속에서도 내 목소리가 흘러나와 멋진 독후감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단 일주일도 걸어보지 못한 처지에서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저 감동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릴 뿐이다.   

   
  (348) 나는 목적지에 이르렀다. 마지막 걸음을 떼었다. 계단 위에 올랐다. 흐르는 눈물이 부끄럽지 않았다. 마지막 몇 달에 가졌던 모든 긴장이 일시에 풀렸다. 감사함과 행복감이 나를 엄습했다.  
   

내 눈에서도 한줄기 눈물이 흘러나왔다. 직접 읽어보시기를.....

***죽음을 목전에 두고 여행을 선택한 사람들은 아름답다. 요즘 읽은 책 중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 있다면....<떠나든,머물든>,<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등이 있다. 잘 살아야하듯 잘 죽는 일도 삶 못지 않게 중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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