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 Black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헬렌켈러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흑백 텔레비전으로 보았었다, 아주 오래전에. 인상적인 장면은 헬렌켈러가 '물'(water)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어둠을 뚫고 세상의 빛을 보기 시작했던 장면이었다. 오래전에 본 것이라서 그 장면만이 유일하게 기억되는 부분이기도하다. 

이 <블랙>이라는 영화는 말하자면 인도판 헬렌켈러 이야기이다. 역시 '물'의 의미를 통해 세상의 빛을 깨닫게 된다는 부분까지는 앞서의 헬렌켈러 이야기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 이후부터는 인도 특유의 신파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눈물샘을 마구마구 자극한다. 신파조라는 게 그렇잖은가. 결말이 뻔히 보이고 대사 또한 뻔하다는 것. 그걸 뻔히 알면서도 눈물에 젖어 이 영화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전 인도 영화가 개봉되었다고해서 적잖이 기대하고 있었다. 춤과 노래가 곁들여진 인도 볼리우드 영화는 보면 볼수록 영화에 몰입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밑에 깔린 복선조차도 허접하게 드러나기 일쑤지만 그래도 춤과 노래가 있는 인도 영화는 세상사와는 유리된 뭔가 아늑하고 포근한 편안함과 즐거움을 준다. 인도 서민들이 영화에 빠져들듯 나 또한 영화에 빠져들곤한다. 그래서 이 <블랙>이라는 영화가 무척 궁금했었다. 

기대했던 춤과 노래는 없었다. 하다못해 배경 음악으로 타블라 소리 한 번 들리지 않았다. 등장인물만 인도인이지 배경이나 다른 무엇도 인도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들 뿐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무지 인도스럽다. 과연 인도는 카피(copy)의 대국답다. 인도 특유의 신파조로 완성시켰으니 말이다.  

아쉬운 게 하나 있다면, 이 영화를 인도 현지에서 인도인들에 섞여서 보았으면 어떠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밋밋하게 보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시종일관 눈물에 젖어 보고 있자니 좀 뭣하기도하고. 언제부턴가 서커스를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나더니 이제는 신파조 영화를 봐도 자꾸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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