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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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이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이다. 비슷한 시기를 살아서인지도 모른다.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별 생각없이 지나쳤던 수많은 일들을, 한홍구의 글을 통해 분명하게 이해하게 된다. 꼭 집어서 그게 무엇이라고 설명하기는 힘들겠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것을 채 이해하기도 전에 이미  또 다른 역사의 현장 속에서 살아야했기 때문이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살아온 부모 세대야말로 역사의 소용돌이 속을 거쳐온 분들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우리 세대 역시 만만찮은 시대의 중압감 속에서 한 시대를 살아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가 살아왔던 시대를 제대로 파악하는 일은 필요한 일이지만 아픈 일이기도 하다. 

아프다는 건, 종결을 지은 과거사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피부로 느끼는 문제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사교육 문제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표현은 딱 한 마디. 속수무책.  

머리 좋고 똑똑한 사람도 많다는 나라에서 엉킨 실타래 같은 이 문제를 아무도 풀지 못한다. 기막히지 않은가. 차라리 웃긴다고나 할까. 이 기막히고 웃기는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라고 한다니 우리 모두는 갇혀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은 갇혀있는 섬나라이다. 

p.328 '죄수의 딜레마'라고 게임이론에서 쓰는 말이 있다. 두 사람이 잡혀왔다. 똑같이 부인하면 두 사람 다 3개월만 형을 살면 된다. 나만 자백하고 상대방은 자백하지 않으면 나는 풀려나고 상대방은 6개월을 산다. 둘 다 자백하면 같이 6개월을 산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상대방을 믿고 둘 다 부인하는 게 가장 공평하고 좋다. 하지만 신뢰할 수가 없는 거다. 저 혼자 잘살겠다고 자백하면 나는 부인하든 말든 6개월을 산다. 결국 두 사람 다 자백하는 경우가 많다. 둘 다 징역 6개월 사는 거다. 이 논리가 사교육 시장에도 적용된다...모두 과외를 하면 모두 안 했을 때와 똑같아지는 거다. 

속수무책. 

수수방관. 

지독한 세월을 살고 있다. 우울하다, 지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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