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거닐다 - 교토, 오사카... 일상과 여행 사이의 기록
전소연 지음 / 북노마드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보름 남짓 혼자 조용히 머물다 오기에 교토만한 곳이 또 있을까. 

교토의 분위기. 그네들의 전통 복장인 기모노와 나무 샌들인 게다를 신고 거리를 따박따박 거닐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리는 동네. 어쩌다 마주치는 게이샤의 이국적이고 초인공인적인 꾸밈새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동네. 골목에 자리한 상가의 소박한 간판들이 주는 아늑함 혹은 편안함.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자부심 강한 상점들의 빛 바랜 노렌. 짜임새있는 시스템을 갖춘 시내버스에서 느끼는 조용하고도 확실한 안전감. 세월이 흘러 10년만에 찾아와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곳. 어쩐지 이렇게 쓰니 교토는 무슨 사랑스러운 연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곳에서 발길 닿는대로 거닐며 아무런 방해나 매인 일 없이 살아본다는 것은 말하자면 로망이 되겠지. 하고 싶어하는 것, 이를테면 산책이나 사진찍기, 스케치, 독서, 카페 순례 등을 하며 온전히 내가 내 친구가 되어 시간을 보낸다는 것. 이것도 은근히 꿈꾸는 로망이 되겠지.   

지은이는 보름 남짓한 여행에 집필 기간이 열 달이 걸렸다고 한다. 그 열 달이라는 기간은 분명 교토 여행의 무한 반복이었으리라. 여행이 그러했듯 집필 또한 여행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일 관계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본, 이라는 의식에 붙잡혀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펼쳐보지 않는게 좋을 것이다. 교토 박물관 옆, 잡풀이 우거진 채 아무도 관리하지 않아 방치된 듯한 선조들의 귀무덤에 가 본 사람이라면, 혹은 더 심하게는 그 무덤에 꽃 한 송이 올리고 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혹은 해 볼 사람이라면 절대 이 책을 집어들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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