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유럽에서 살아보지 않고는 절대 이런 책을 쓸 수 없을 것이다. 콕 콕 집어내서 가차없이 도려내고, 속에 있는 말 펑펑 해대고,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통쾌할 정도로 신랄하게 꼬집는 이 작가, 참 재미있다. 악의없고 실없는 농담까지 구석구석 버무려놓았으니 이 작가는 참 여러가지로 사람 배꼽잡게 만든다.

"스웨덴에서 뭔가를 사먹는다는 건 가슴이 미어지는 경험의 연속이다."-p.186
그랬었다. 내게 유럽은 고물가의 가슴 아픈 기억만 남아있다. 기막힌 표현이다.

어디 그뿐인가. 그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넌즈시 힘을 줄 때는 머리 속 한 자락이 팽팽해진다.

p.201 나는 부유하면서도 동시에 사회주의를 견지했다는 점에서 스웨덴을 흠모하면서 자랐다.....스웨덴은 수년 동안 내게 완벽한 사회의 전형으로 보였다. 그 완벽성를 위해 치른 대가가 살인적인 물가와 즐거움이라고는 전혀 없는 삶의 방식이었다는 사실만 해도 인정하기가 어려웠다.

p.295 스위스의 아펜젤 이너호덴에서는 1990년까지 주정부 투표에서 여성이 배제되었다. 이들은 점잔을 빼고 무자비할 정도로 이기적인 성향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수십만 명이나 데려오면서도 시민권 주는 것은 거부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외국인 노동자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냈다....스위스인들은 이렇게 해서 불경기일 때 실업 수당이나 의료 보헙 등 사회보장을 제공할 필요도 없이, 호경기에는 값싼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 또 이런 방법으로 인플레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안락하고 쾌적하게 자국민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존경심은 들지 않는다.

p.335 오스트리아는 발트하임을 자랑스러워해야 하며, 세계인의 의견에 과감히 맞서 발트하임과 같은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자국의 용기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발트하임이 병적인 거짓말쟁이라는 사실과 전범으로 공식 기소된 인물이며, 예전에 무슨 짓을 했는지 그 자신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몹시 구린 그의 과거를 눈감아주면서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배짱은 가히 전투적이다. 발트하임과 같은 인물을 지지하는 국민이라면 특별한 사람들임에 틀림없으니 오스트리아는 과연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가.

유럽 문화에 몸담고 있는 빌 브라이슨이야 그렇다치고, 아시아에 살고 있는 나는 과연 그처럼 아시아를 경험하고 분석하고 비판할 수 있을까. 비빔밥 비비듯 비벼넣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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