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라도 좋다. 하여튼 타블라를 갖고 싶었다...이렇던 차에 짬짬이 들여다본 당근에 타블라가 떴다. 1만 5천 원. 지난 1월 초였다.


옛날식 밥상에서 밥 먹고, 쪼그리고 앉아 나물 캐고, 소파에서 책 읽고, 방바닥에 신문 펼치고 읽고...그랬더니 다리 근육에 문제가 생겼다. 이제라도 식탁을 사용하자, 했더니 남편이 당근에서 식탁을 발견했다. 그것도 나눔(무료)이었다. 엇그제.


식탁은 있는데 당장 의자가 시원찮다. 견물생심이 아니라 생심현물(?), 마음을 먹으니 물건이 나타나네. 당근에 플라스틱 의자가 떴다. 3개에 일만 원.



딸아이는 동묘를 다니면서 옷을 구입한지 꽤 되었다. 딸아이에게 맞지 않는 작은 옷가지는 종종 내 차지가 된다. 요즘도 그렇게 구입한 2천 원짜리 바지를 즐겨 입는다.


남편은 당근 매니아. 당근으로 구입한 물건이 적잖다. 기타, 각종 공구, 함지박, 책상, 의자, 탁자, 식탁, 가전제품(이건 실패할 확률이 높음), 퇴비, 청자켓, 안전모, 겨울 작업복, 등산화, 앵글 선반...... 그중 태그를 떼지 않은 새제품인 겨울 작업복은 딸아이 첫 출근복으로 요긴하게 입었다.


우리 댕댕이.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려온지 5년 차. 12살. '우리 멍멍이도 중고네' 한다면 딸은 뭐라고 할까? 분명 한소리 들을 터.



당근 덕택에 여러 동네에 가본다.

초고층 오피스텔 꼭대기층, 전망이 인상적이었다. 

송도의 새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흡사 지하도시 같다고나 할까.

시흥의 거북섬, 안개 낀 밤에 당근하러 갔더니 그 앞에 인공 서핑장이 개장을 앞두고 있었다.

시흥 산업단지 옆 빌라촌, 외국인 근로자와도 당근 거래 가능하네.

옆동네 아파트, 몇년 전 퇴근 길에 오다가다 만나 안면을 튼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여전히 아파트 청소를 하신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데 아직 건강하시다고. 

학교앞 동네, 당근하러 나온 청년이 아무래도 제자 같다고 자기 대신 거래하라고 등 떠민 남편, 체면도 생각해야지.



당근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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