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2003년에 나온 걸 몰랐다. 그때쯤은 이미 홍신자 열병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홍신자 열병?




인생은 선배, 나이는 후배였던 동료교사가 어느날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언니 결혼할 때 되게 미웠어. 실망했었어." 결혼한 지 15년이 넘어가던 시점이었다. "엉? 왜? 무슨 말이야?" "언니, 홍신자 좋아했잖아....." 물어보니 그분처럼 자유롭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나 어쨌다나. 그러면 그때 적극적으로 말렸어야지. 설득도 하고 호소도 하고. 제대로 잡아줬어야지. 이 말은 못했다. 실망했다는 말이 가슴에 턱 걸려서 대응할 말을 못찾고 있었다. 흠, 자네도 홍신자 열병을 앓았었구먼. 몰랐네.








<나도 너에게....> 이 책을 끝으로 홍신자를 졸업했다. 그러나 지금도 이따금 거울에 비친 내 알몸을 보게 되면 여전히 홍신자가 떠오른다. 바로 제1회 죽산예술제 때문이다.






저 사진 밑의 작은 글씨, '1회 죽산예술제의 오프닝 작품은 카와무라 나미코의 누드 워킹 퍼포먼스였다.' 저 장면을 직접 내 눈으로 본 게 이렇게 평생 기억에 남을 줄은 몰랐다. 1995년쯤인가?

초여름, 밤바람 살랑거리는 초저녁에 야외에서 개최된 공연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카와무라 나미코는 당시 60세 정도였는데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살이 찌지도 마르지도 않은 균형잡힌 몸매였는데 60세에 저런 몸매가 가능할까 싶었다.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자연스런 모습이 될까? 그 이후로 거울에 비친 내 몸을 볼 때마다 저 누드 워킹이 떠오르곤 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야 카와무라 나미코의 이름을 <나는 춤추듯...>에서 확인하게 되었다.



홍신자를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지만 그분의 열정과 도전, 지칠줄 모르는 에너지를 조금은 닮고 싶다. 나는 어떤 순간을 살아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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