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일에 태극기를 꼭 게양해야 하나? 귀찮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부모님 슬하에 있었을 때, 30여 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셨던 아버지는 국경일만 되면 이른 아침부터 우리 자식들을 들볶으셨다.

 

"빨리 태극기 달아라."

 

해가 지면 아버지의 성화가 다시 이어진다.

 

"태극기 걷어들여라."

 

아버지의 성화는 때마다 어김없이 되풀이 되었지만 국경일이 되면 우리 자식들은 한번도 스스로 태극기를 게양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늘 반복되는 상황이었다. 솔직히 나는 아버지의 태극기에 대한 지극정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향을 떠나 독립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태극기 게양에서 해방되었다. 국경일이 돌아오면 무슨 재미있는 일이 없나 놀 궁리만 했지 태극기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오늘도 국경일이라고 남편은 일어나자마자 국기를 게양했다. 국기함에 고이 모셔둔 태극기를 꺼내서 정성껏 게양하는 모습이 흡사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를 뵙는 것 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아버지와 달리 남편은 가족 누구에게도 강요하거나 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국기를 달았다. 한글이 얼마나 위대한 문자며 다시 기념일이 된 게 얼마나 좋은 일이냐며.

 

 

아버지가 살아서 돌아오신 것 같은 기분...아실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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