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빵집에 식빵을 사려고 들어서는 순간, 잘 생긴 청년이 문 앞에서 내게 작은 빵봉지를 내민다. 내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빵을 주려고 나왔다나. 오우, 기특한 녀석. 누구누구 샘 아니냐며 자기를 알아보는지 묻는다. 얼굴이 눈에 많이 익었다. 기억은 나는데 이름은....모르겠다. 이럴 땐 솔직하게 물어본다. 얼굴은 알겠는데 이름은 기억 안 난다고. 녀석이 이름을 밝혀주니 몇 년 전 기억이 오롯이 난다. 은근히 미운 짓을 한 녀석이었으나 워낙 거물급이 많아서 그 축에 들지는 않은, 그래도 얌전한 녀석이었다. 나는 지금도 그 당시의 거물급 아이들이 꿈 속에 나타나곤 하는데 그런 날은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식빵을 사러왔으니 매장으로 들어가 식빵 한 봉지를 골라서 계산대로 가져갔다. 신용카드를 내미니 제자녀석이 그냥 가져가란다. 엉? 이래도 되나? 주인 아들은 아닐텐데....
"고마워, 이럴 줄 알았으면 예전에 더 잘해줄 걸 그랬네.ㅎㅎㅎ"
"이미 늦었어요. ㅎㅎㅎ."
고맙다, 도형아. 너그러운 청년으로 성장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