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에 위치한 애관극장은 여러 면에서 놀라운 곳이다.

 

우선 이름이다. 제일극장, 중앙극장,...전국적으로 이런 개성 없는 이름이 난무하던 시절에 이 극장은 '애관'이라는 상호를 달고 있었다. 한번 들으면 쉽게 잊혀질 수 있는 이름이 아니었다. 약간 에로틱한 이름이 당시 유행하던 동시상영 극장같은 모호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으나 어디까지나 개봉관이었다.

 

어제 신포동 일대를 산책하다가 '지금쯤 애관극장 자리엔 뭐가 들어섰을까?' 궁금해하며 이 근처를 지나가게 되었다. 익숙한 건물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일쯤은 우리가 늘 일상으로 겪는 일이라 마음의 준비라고 할 것도 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었다.' 뻔하겠지 뭐.' 하던 순간 모퉁이를 돌자 '애관극장'이란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놀라웠다.

아직도 그 자리를 당당하게 지키고 있는 것도 놀라웠고 다른 개봉관가 다름없는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것도 놀라웠다. 사실 놀라운 건 이 극장이 아니라 나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옛 것이 이미 사라졌으리라는 생각을 품고 있는 나 말이다.

 

하나 더 놀라운 건 가격이었다. 남편의 제안에 따라 이미 상영이 시작된 <안시성>을 보게 되었는데 가격이 7,000원이다. 물론 극장 건물은 많이 낡은 편이다. 언제적 건물인가. 낡을 수밖에 없지 싶다. 계단을 오르며 잠시 떠오른 생각. 지난번 런던의 웨스트 엔드의 뮤지컬 공연극장은 이곳보다 훨씬 열악햇다. 열악한 곳이었지만 세계적인 뮤지컬을 보기 위해 많은 지구촌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이름도 정겨운 애관극장. 부디 세파에 흔들리지 말고 꿋꿋이 지금의 자리를 지켜나가기 빌어본다. 프랜차이즈 전성시대에 개성없는 cgv, 메가박스 대신 사랑스러운 '애관'이라는 이름을 계속 입가에 올리고 싶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놀랄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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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를 읽고 있는데 안시성 전투에 관한 부분이 있다.

 

 

 

 

 

 

 

 

 

 

 

 

 

 

 

 

645년 6월, 당태종이 수십만 군사를 거느리고 와 성안을 향해 외치게 했다. "항복하지 않으면 성을 함락하는 날 모조리 죽이겠다." 양만춘이 성 위에서 통역을 시켜 당의 군사에게 소리쳤다. "너희가 물러나지 않으면 성에서 나가는 날 모조리 죽이겠다."

                          (196쪽. 신채호<조선상고사>에서..재인용) 

 

영화 속에 저 대사가 나왔던가? 그것보다 "이기지 못할 싸움을 왜 싸워야하느냐?"는 질문에 "싸워야 하니까 싸우는 거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는데 배우 조인성에게는 오히려 이 대사가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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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7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27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인 2018-09-2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광주에도 광주 극장이 하나 있는데 아트시네마로 변신했어요. 인테리어는 과거를 그대로 품고 있어서 언제나 가면 따뜻한 곳이죠. 다음에 가시면 내부 사진 좀 찍어오시면 좋을 거 같아요 ^^

nama 2018-09-27 15:55   좋아요 0 | URL
하, 그 생각을 못했네요. 이미 상영이 시작된 영화를 놓칠세라 급히 들어갔고, 나올 때는 전화가 연속 걸려오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거든요. 내부 사진을 찍으러 다시 한번 가야겠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