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무치에서 먹은 첫 아침밥은 준5성급의 호텔식이었다.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는 법이라 맛있게 먹었다. 부페식이어서 이것저것 먹어보는 재미도 컸다. 함께 간 친구들도 즐겁게 먹었는데 음식을 약간 많이 가져온 친구는 할 수 없이 접시에 빵 두어 덩이를 남겼다. 포만감에 흡족해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매니저인지 요리사인지 아니면 그냥 직원인지 하는 남자가 우리 테이블로 다가왔다. 굳은 얼굴의 엄격한 표정으로 음식을 남긴 내 친구를 향해 무슨 말인가를 쏟아냈다. 중국어라서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표정으로 읽건대 '왜 다 먹지도 못할 음식을 가져와서 남기느냐?'하는 질책이었다. 그 당당함이 순간 멋져보였는데, 이건 내 입장이고, 음식을 남긴 친구 입장에선 좀 화가 나기도 했을 것이다. 무안함도 있었을 테고.

 

이때는 여행 초반이어서 사소한 해프닝쯤으로 여겼으나 며칠 동안 사막을 돌아다니다보니 이 남자 직원의 질책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았다. 사막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재배할 수 있는 채소는 몇 가지 안 된다. 이곳에선 모든 것이 귀하다. 특히 먹는 음식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혹 우루무치에 가신다면, 사막에 가신다면, 절대로 음식을 남기지 마시길.

 

 

 

우루무치에서 유원으로 가는 야간열차를 탔다. 다음은 열차 식당에서 먹은 아침밥 사진이다.(먹는 게 먼저라서 이런 사진이 나왔다.) 콩나물과 나물, 국수, 빵, 삶은 달걀, 그리고 멀건 스프. 창 밖으로는 고비사막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고비사막이란 '자갈밭이 있는 평탄한 지역'이라는 뜻이란다.) 사막을 보고 있노라니 달리는 기차에서 먹는 이 음식이 아주 고맙게 여겨졌다. 이 마음이 부디 오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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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2018-08-15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만 뻗으면 먹을 것이 지천인 이곳에서 느낄 수 없는 마음...
소중한 마음 저도 공유해 봅니다.

nama 2018-08-16 06:32   좋아요 0 | URL
그래도 여전히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고 있지만...끊임없이 의식하고 노력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