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는 누가 일깨워주지 않아도 부지런해지는 법. 아침 일찍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밥을 먹고 길을 나서 근처에 있는 영국국립도서관에 도착했다. 너무 부지런했나? 개관하려면 아직 멀었다. 아무래도 이번 여행에서 이 도서관 구경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할 수 없다. 다음에 런던에 다시 오게 되면 가봐야지.(언제? 20년 후에?)

 

휴대폰으로 지도앱을 살피던 딸이, 이 근처에 교회가 있으니 거기나 가보자고 한다. 거리에는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이 빠른 걸음걸이로 우리 옆을 바쁘게 스쳐 지나간다.

 

 

 

St. Pancras Old Church.

드디어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는 곳을 찾았으나 정보가 없다. 일단 보기로 한다.

 

 

 

 

 

 

 

 

 

 

 

 

 

 

 

old church. 위키피디아에서 검색을 하긴 했는데...그저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의 하나라는 사실만을 기억하기로 한다. 굳이 그런 빈약한 설명이 없어도 이곳은 묘한 분위기에 젖어들게 한다. 오래된 무덤이 여기저기 한가하게 널려있고, 경내는 관리를 하는 듯 하지 않는 듯 무심하면서도 정갈하다. 좀 과장하자면 약간은 으스스하고 기괴하기까지 하다. 아침 시간이어서 그렇지 오후 늦은 시간에 이곳에 왔다면 아마 기겁하고 도망치지 않았을까 싶다. 동네 사람들에겐 이곳이 건너편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겠지만 이방인에게는 보잘것 없는 상상력을 한껏 부풀리게 하는 곳이다.

 

 

 

 

 

 

소설가 토마스 하디가 소설을 쓰기 전에는 건축을 공부했었나보다. 이곳에서 철도 공사가 진행될 때 유해 처리와 묘지 이전 등의 일을 맡았다고 한다. 저 나무둥치를 둘러싼 묘비들이 그때부터 이곳에 있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나무와 묘비가 한 몸을 이루고 있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에도 이곳이 등장한다고.

 

시끌벅적하기로 유명한 런던의 ★킹스크로스와 ★세인트 팽크러스역 근처에 이렇게 오래된 교회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모처럼 맞은 한가한 아침 풍경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킹스크로스역

 

 

 

 

 

킹스크로스 역 한 모퉁이에 해리 포터에 등장하는 9와 3/4 기차역을 재현해 놓은 곳.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기꺼이 지갑을 열어 목에 머풀러를 감고 저 포즈를 취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세인트 팽크러스역

 

 

킹스크로스가 런던 시내교통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면 좀 더 '큰 물'을 상대하는 것이 바로 세인트 팽크로스역인데, 파리발 유로스타를 포함해 유럽 전역에서 도착하는 기차 손님들을 받는다...런던에서 가장 중요한 역 두 개가 함께 위치한 곳이라 역 안에서만도 찾아가 봐야 할 곳들이 있을 정도로 규모가 대단한 데도 몰려드는 손님들 덕분에 예매처를 계속해서 증축 중이다.  

 

 <지금, 런던(맹지나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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