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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 - 열두 달 옷 이야기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27
권윤덕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0년 4월
평점 :
두딸의 엄마다 보니 아침마다 전쟁 아닌 전쟁이다. 늘 공주처럼 예쁜 치마만 입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아이에게 편한 옷을 입으라고 권유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엄마는 체육복처럼 편한 옷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딸은 원피스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동상이몽이 바로 우리집의 풍경이다. 아직 어리지만 옷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우리딸이 좋아하는 책, 바로 <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이다.
<만희네 집>을 쓰신 권윤덕 선생님의 열두 달 옷 이야기이다. 1998년에 첫 출간되었던 책을 다듬어서 재출간 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화 물감을 이용하여 그림 작업을 해서인지 아련한 우리네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다. 요즘 나온 세련된 디자인의 멋진 옷은 아니지만, 정감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언니 옷이 작아지면 내가 물려입고, 내 옷이 작아지면 동생이 물려 입고
예전에는 옷을 물려 입는 것이 당연한 일이였다. 식구들 뿐만 아니라 일가 친척, 이웃 사촌들까지 작아지면 미련없이 물려주고, 물려받은 옷도 즐거운 마음으로 입곤 했는데, 요즘에는 가족이 아니라면 옷을 물려받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이 책 <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에는 참 많은 종류의 옷들이 등장한다. 기본적인 속옷부터, 일상적인 옷, 한복처럼 특별한 날에 입는 옷들까지, 1년동안 우리가 입는 옷들이 모두 나온다. 매 달마다 등장하는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우리딸은 특히 5월 이야기에 나오는 분홍 드레스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다. 역시 공주같은 취향은 숨길 수가 없다. 책을 펼쳐놓고 두아이가 서로 좋아하는 옷을 찾는 모습이 아주 예쁘다.
아이들이 입었던 베넷저고리, 귀막이 모자와 작은 꼬까신을 꺼내 보면서 예전을 추억하곤 했었는데, 열두달 옷을 통해 아이들의 자람과 추억을 이야기하는 이 책 역시 내 모습과 많이 비슷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