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들이 쏟아지고 있다.

관심 저자들의 신작 알림메일이 속속 도착했다.

문젠 돈과 시간.... 그리고 나이가 드니 체력도 문제가 된다.

다음달 초엔 하루키의 신작도 번역되어 나온다.

작고한 움베르토 에코가 남긴 마지막 소설도 내달이면 출간된다고 예고돼 있다.

 

아침에 알라딘이 예정했던 시간을 훌쩍 넘겨도 먹통이자 금단현상마냥 몇번씩 새로고침을 눌러제끼는 나를 보는 씁쓸함...

절판된 책 중고책을 주문했고, 몇권의 책들을 구입할까 망설이며 오전내내 서성였다. 미쳤음...

 

신작들(한겨레의 책과 삶에 소개된 좀 된 책들도 있고), 이 정도만 하겠다.

 

이언 매큐언의 [넛셀]은 '가장 파격적인 햄릿의 재해석'이라는 문구를 앞세우고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태아-햄릿, 가장 무력한 상태에서 지켜봐야 할 어떤 절대절명의 상황.

그동안 전문직의 윤리적 고뇌를 그려왔던 작가가 이번에는 상상력을 몰아부치며 쓴 소설이라고 하니 완전 기대.

 

줄리언 반스의 [시대의 소음]은 쇼스타코비치 이야기이다. 

스탈린 시대 예술가의 존재론적 고뇌. 

죽느냐 사느냐, 두 종류의 작곡가만 있는 세계. "겁에 질린 채 살아 있는 작곡가들과, 죽은 작곡가들." (75)

 

"왜 제1주제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친 철강 노동자가 휘파람을 불지 않는거요?" (83)

 

아, ㅅㅂ, 소비에트 ㅈ까라 그래

.................... 대학시절 책으로 읽었던 그 혁명의 시대는 이제 아픔으로 닫혔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인류가 진보를 향한 의지를 가지고 행동해온 역사를 폄훼할 수 없다.

혁명 이후 혁명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정치는 추악해져만 갔다.

레닌까지는 괜찮아, ...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걸까.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글에서 봤던가, 레닌이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산 자들의 목숨에 대해 말했던 것을.

굳이 옮기지 않겠다.

그 거대한 수용소로서 소비에트는 어쩔 건가.

인류는 또한번 실패했다.

레닌이 말했다, ""예술은 인민의 것이다." ...................................................

예술은 누구의 것인가? 쇼스타코비치를 통해 반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존 윌리엄스의 [아우구스투스]를 읽을 때도 들었던 생각이지만, 실존 인물, 그것도 꽤나 유명한 인물을 내세웠을 때는 전기나 평전을 읽지 않고 소설로 읽을 때는 작가의 해석한 그 인물의 뭔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줄리안 반스의 소설을 에세이소설이라고 칭한다.

절반쯤 읽고 있는데 반스의 최고작.... 운운은 지나친거 같다.

왜 이렇게 '그'라는 3인칭 대명사를 많이 쓰는지..

스탈린 체제하에서 천재적 작곡가가 겪어야 할 '공포와 수치'.

얼굴에 살이 살짝 붙은 존 레논같은 얼굴의 소심한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는 자신과 가족도 지키고 싶었고, 그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음악가로서의 창조적 열망은 늘 그 공포를 뚫고 어김없이 튀어나오고 만다. 아, 문제적 인간들이란... 

호방한 영웅이 아니라 공포와 수치속에서 모멸감을 견디며 자신과 주위를 지키는 소심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했다.

'공포와 수치'는 문학수의 표현이다.

쇼스타코비치에 대해 정보를 찾다가 문학수의 [더클래식] 3권을 찾아봤는데, 문학수의 정보에 [시대의 소음]에서 다뤄지는 에피소드들이 겹친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쇼스타코비치가 셰익스피어를 좋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문제작에는 <므첸스크의 멕베스 부인>이 있다.

오래도록 무대에 올려져왔고 수많은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던 작품이 단 한 공연, 스탈린이 관람하다 중도에 나가버린 그 사건 후, ....... 당 공식 기관지가 비판적 사설을 실었다면 그건 단순히 한 작품에 대한 비평이 아니라 음악가의 존재 자체에 대한 안위의 여부가 되는 상황.

우리도 알잖아.

 

어쨌든 쇼스타코비치의 셰익스피어 사랑.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66번

 

이 모든 것에 지쳐 휴식 같은 죽음을 원하노라......

 

새로 번역된 A.C. 브래들리의 [셰익스피어 비극론].

19세기 저자의 고전적인 성격비평론.

 4대비극을 주인공의 성격 분석을 통해 비극을 해부한다는 오래된 저서인데 이미 이대석 교수가 80년대에 번역된 바 있다.

성격비평의 고전중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모양인데 이번에 나온 책은.... 역자들이... 믿을 수 있을지...

이대석 교수의 셰익스피어 연구서들도 함께 봐야 할 듯하다.

 

쇼스타코비치도 읽는 김에 소련에 대한 '목소리 소설' [세컨드핸드 타임 : 호모소비에트쿠스의 최후]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신작들 중 우리 저자들의 책은... 흥미가 당기는 게 없어서, .. 그 중 김원우의 [운미회상록]은 구한말 실존 인물 운미 민영익을 통해 극과 극으로 치달은 그의 운명과 근세조선의 운명을 겹쳐 놓았다. 우리 운명이 몰락으로 치달았던 때의 모든 것을 작가가 담지 않았을까 기대해본다.

정조와 정조이후도 그런 관점에서 흥미롭다. 르네상스 군주로 여기는 정조. 정조의 죽음 후 조선은 왜 그렇게 빠르게 몰락으로 미끄러져 갈 수 있었던가, 정조가 뿌린 씨에서 세도정치가 꽃피게 될 줄이야.. 역사는 늘 현재에 비쳐진 거울이다.  

 

 

 

 

 

 

 

 

 

 

 

 

 

 

 

 

줄리안 반스의 소설도, 이언 매큐언의 소설도 분량이 많지 않은 편. 3백 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한 작가가 몇년, 심하게는 수십년 결려 한 작품을 발표하는 건데 분량도 중요한 거 아닌가.

요즘 우리 기준으로 4백 페이지 넘는 소설을 쓰는 작가들은 장르소설 작가들 뿐인 듯 싶다.

어리석고 허세스럽게도 나는 여전히 겨울 아랫목에서 뒹굴며 두꺼운 소설책에 빠져 읽던 그 시절의 나를 언제나 그리워한다.

어렸다고 세상 평안하고 안락하지는 않았었지만 그때처럼 이야기 좋아하던 때는 없었던 것 같다.

페이지 넘기는 게 아까울 정도로 흥미로우며 두~~꺼운 소설 내놓으란 말이다, 작가들이여.

 

왕은철의 책도 흥미로운 게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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