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의 <밀정>은 김지운과 송강호 이병헌 만으로도 당장 가서 보게 만들었던 영화다.
당혹스러운 영화다.
차가움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너무 뜨거웠기에 실망해야 하는 건 맞지만, 국뽕스럽게도 뜨거울 수밖에,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
관조하듯이 시크하게 바라볼 수 없었다.
친일민족반역 이력을 세탁하려는 자들이 좀비처럼 움직이고 있는 지금이라는 게 함정이었다.
쓰바, 그때나 지금이나 '우린 계속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결론이었다.
아, 쓰바,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다.
왜 이렇게 신파처럼 울고 지롤이야, 하고 싶었다.
왜 이정출을 저따위로 만들어놨어(송강호는 뭐 나무랄 데 없다)... 이렇게 소리지르고 싶었지만
뜨거워도 어쩔 수 없다, 고 중얼거리며 돌아서게 하냐고.
세계 속에는 어둠이 이해할 수 없는
빛이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이반 일리치의 말에서 따옴 -
독립이 오겠어? 해방이 되겠어? 이 어둠의 질문에도 빛이었던 사람들의 얘기.
그런데 정직한 절망이란 어떤 것일까. 잘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