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다시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들을 꺼내 읽고 있는데 뜻밖에 그의 단편소설집이 나온다니 선물을 받는 것 같다.

솔직히 그의 소설들에서 기막힌 플롯을 발견한다거나 추리와 수사를 따라가며 범인을 추측해보는 재미를 찾는 건 등산하러 가면서 고등어 잡이 그물을 가지고 가는 거나 같을 수 있다.

그의 소설은 다른 흥미를 갖는다, 단, 그를 좋아한다면.

헐리우드에서 챈들러와 작업을 함께 했던 빌리 와일더는 불평쟁이 챈들러와 지독히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지만 챈들러 글의 매력만큼은 인정했던 듯하다.

 

구조적으로 위대한 점이라곤 없으며 코난 도일이나 애거서 크리스티와 같은 뛰어난 플롯과도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세상에, 매 페이지마다 일종의 섬광과도 같은 충격이 있다. "대체 '귀에서 털이 길게 자라 나와 나방을 잡을 수 있을 정도'라고 말하는 인물 묘사를 얼마나 자주 접할 수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쓰지 않는다. 그리고 대화는 훌륭하고 예리했다.

 

- 리틀 시스터, 장경현의 해설에서 -

 

와일더 감독의 말처럼 '그렇지만.., 세상에' 다.

분명 사건전개에 중대한 뭔가가 일어났다. 그러나 바로 이어서 급전직하같은 객관적 묘사가 흐를 뿐이다. 그속에서 필립말로의 머리는 끊임없이 돌아갔을 것이다. 진정 '회색 뇌세포'이겠지만 거기엔 속물로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다.

필립말로의 냉소가 쓸쓸한 이유다.   

 

단편도 그의 장편만큼 매력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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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4-12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챈들러 !! 챈들러 대사는 은근 병맛인데 이게 참... 중독성이 강해요..

포스트잇 2016-04-12 16:22   좋아요 0 | URL
제가 그 병맛 좋아합니다, 아주 많이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