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두 달 하고도 보름 넘게 남아있는 2014년이지만, 내 마음은 언제나 그렇듯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서부터 끝났다.

내 사주 상 여름 빼고 나머지 계절 동안 허약해지고 특히 환절기 때는 극심하다고 한다.

젠장, 이미 그렇게 살아왔다, 사주고 뭐고 알기 전에. 시바, 꼭 들어맞지 않아도 좋은 데 이딴 건 비켜가지 않네.

나만 생각하자면 갑오년 올 한해 ... 지금까지는 불행했다. 끝이 좋으면 다 좋겠지만 그럴 것 같지 않다.

세월호 전까지는 일 때문에 정신없이 지났고, 세월호가 터졌고, 몸이 계속 좋지 않았다. 병원 신세를 졌고, 운동을 시작했고, 다시 몸이 좋지 않았고, 계속 계속 몸이 아프다.

죽을 만큼은 아니라서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꾸역꾸역 살고 있다. 남은 달에 또 무슨 일이 터질지 불안해하며 2014년을 나고 있다. 그동안 쌓아왔던 부채를 갚아나가야 할 때가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청구서가 계속 날라오는 느낌.

과거를 자꾸 돌아보게 된다. 과거와 매몰차게 이별하며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

아 씨바, 벌써부터 늙어가지고 앓는 소리하고 자빠졌다.

몸이 좋아지면 꼭 따뜻한 곳을 다녀와야겠다. 삶 전체를 리셋할 수는 없지만 소소한 것들은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올해는 꼭 올해의 내 책들을 꼽아볼 생각이다. 생활도 마음도 산만해지면서 그다지 열심히 책을 읽지는 못해지만, 그래도 마음에 남는 책 몇 권은 있었으리라.

 

지금 당장 꼽는다면,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은,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

 

 

 

 

 

 

 

 

 

 

 

 

가장 슬프고도 인상적이었던 소설은, 미셸 우엘벡의 [소립자].

 

 

 

 

 

 

 

 

 

 

 

 

그리고, 허버트 로트먼의 [플로베르 : 자유와 문학의 수도승].

 

 

 

 

 

 

 

 

 

 

 

 

다들 오래전에 출간된 책들이지만 나는 올해에야 비로소 읽었던 책들이다.

그리고 이번 겨울에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겨울양식과 같은 책들도 준비해뒀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남은 두 달과 내년 땅이 뒤비지기 전 어둡고 긴 겨울에 혹시 책 읽기가 가능하다면 이런 책들을 읽을 수 있다면 나는 더 바랄 게 없겠다. 책을 읽을 수 있는 한,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을테니.

[전쟁과 평화]는 끝내 올해도 새로운 번역본을 볼 수 없는 모양이다. 그냥 오래전 박형규 번역 범우사판을 볼 수밖에.

나보코프의 [러시아문학강의]가 불을 댕겼다. 나보코프는 [안나 카레니나]를 본격적으로 다뤘지만 다시 [안나 카레니나]를 볼 순 없고, 읽지 못했던 [전쟁과 평화]를 끝내 읽으리라. 고등학생 때였을까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으로 3권짜리를 읽은 이후 처음으로 읽는다.

1권 1편, 1장에서 5장,, 나타샤만 나오지 않았을 뿐 주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 안나 파블로브나 쉐레르의 집에서 열린 저녁 파티 장면은 인물들의 관계, 성격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보이며 소설 속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매혹적인 첫 부분이다.

벌써 독자는 각자 눈에 드는 인물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 나도 이미 그런 인물을 마음에 두었다. 내가 이런 인물을 좋아하는 것인가?

나폴레옹과의 전쟁부분만 8번을 고쳤는지, 작품 전체를 8번 고쳤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8번을 고쳤다는 이 소설을 올 겨울에 읽을 것이다. [전쟁과 평화]는 어쩐지 겨울에 읽어야 제맛일 것 같은 것이다. 나는 아마 가을에 읽게 될 것 같지만 말이다.

 

 

 

 

 

 

 

 

 

 

 

 

 

그리고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조이스의 다른 책들도 채 읽지 못했지만, [율리시스]부터 도전해보는 건 좋지 않은 것일까? 걱정이긴 하다.

오디세이의 이야기는 이상하게 오랫동안 머물렀던 이야기다. 어린 시절, 모험의 세계를 동화책으로 읽던 그때부터 이상하게 사로잡던 이야기다. 사는 동안 희미해졌지만 어쩐지 희미했던 것이 진하게 돋아올라오는 느낌. 왜인지는 알 수 없다. 엄청난 두께와 크기와 무게를 자랑하는 [율리시스]를 구입했지만.... 쩝, 너무 무거워서 읽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더 오래전에 나온 범우사 판 [율리시스]를 다시 구입했다. 수정, 새로운 번역... 다 좋지만 일단 읽을 수는 있어야지. 그냥 일단 읽어보는 거야. 번역의 오류나 미묘한 수정을 채 알아보지 못한들 어떠리, 우선 한번은 읽어봐야 하는 걸.

더불어 함께 읽을 책들이다. 쿤데라의 [향수]는 체코판 오디세이 이야기이기도 하다니까 이 또한 겨울에 읽을 수 있길 바란다.

 

 

 

 

 

 

 

 

 

 

 

 

 

 

 

 

 

 이 세계는 신명,인명, 지명이 모두 낯설어 또 다른 모험의 세계에 적응해야 하지만 원조니까.

 

 

 

 

 

 

 

 

 

 

 

 

 

 

 

 

 

 

계획은 세우는 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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