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내 공간으로 돌아왔다.

내 더 젊었던 날에는 나만의 공간으로 돌아오는 기쁨이 있었다.

아마 작년부터였던가? 이상하게 다시 돌아온 내 공간에서 길을 잃었다.

너무 훵했고, 그 안에 앉아있으면 멍했다. 매우 당황스러운 감정이었다.

일가친척들 방문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찾아뵈어야 할 분들을 찾아뵈었다. 단 찾아간 곳은 집이 아니라 병원이 많았다.

연로해진 분들의 병문안이 명절 인사가 된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부모님 생전 동안만이 될 확률이 높다. 형제들, 그 자식들이 모여 한끼 밥이라도 같이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

내 더 젊었던 날에는 그래도 책 한권이라도 가져가 읽으며 보내기도 했다.

이번엔 소세키의 [갱부]를 가져갔지만 그냥 짐이었을 뿐이다. 고스란히 가지고 돌아왔다. 일이 많았고 갈 곳도 많았다.

식구들과 근처 산에 닦여진 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며 바람을 쐬기도 했던 것이 숨통이 트일만한 일이었다.

부모님이 계신 그곳, 거기에 하염없이 깊어지는 한숨이 있었다.

 

더 젊었던 날에는 명절 같은 거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모른다.

아마 지금은 과도기같은 단계일까? 명절이 무겁지만 끝나고 돌아오는 걸음이 예전만큼 가볍지만은 않아졌다.

더 나이가 들면 명절만이라도 간절히 기다리는 그런 때가 오는 걸까?

 

어린 조카들은 더 어렸을 때 동화책이라도 들고 와 보곤 하더니 이젠 아예 내어준 방에 박혀 컴퓨터게임과 스마트폰만 보다 돌아갔다.

지 부모가 부모에게 하는 행동을 보고 나중에 기억하는 그런 날이 올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지 부모가 부모에게 지극정성을 다하는 행동은 커서 두고두고 생각이 날지도 모른다. 

내 아버지 엄마가 그때 할머니께 하던 지극정성을 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런 아버지께 나는, 자식들은 그렇게 하고 있는가? 늙은 부모는.. (말도 잘 안들으시고 기어이 하려고 드는 고집센 아이같기도 하지만) 할 수 없이... 약한 자다.

 

돌아오는 기차, 옆에 탄 여자는 아이 셋과 함께 돌아가는 것 같았다. 어린 아이를 안고 내 옆에 탄 그 여자는 내가 졸음에 겨워 이리저리 뒤척거리는 내내, 품안에서 자고 있는 아이를 안고 아이를 재웠다.

아마 시댁에서 명절을 보내고 아이들과 돌아가는 모양인데 자기 몸도 가누기 힘들 정도로 피곤했을텐데 제법 무게가 나가는 서너살 먹은 아이를 안고 재우는 그 모습을 보면서, 아 씨바 부모가 뭔 죄여, 했다.

 

소세키의 [갱부] 띠지에는 '걸으면 걸을수록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흐릿한 세계'라는 문구가 박혀 있다.

초반을 읽으니 젊은이가 무슨 일로 집을 뛰쳐나와 길을 헤매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하염없이 길을 걷다 도착한 곳에서 광산에서 일하는 갱부가 되라는 추천을 받는다. 이제 일을 해야 하는 젊은이는 세상에 있는 노동자 중 가장 힘들고 가장 열등한 것이 갱부라고 알고 있는데 갱부가 될 수 있다면 대단한 거고 '돈이 철철 넘칠 정도로 모일'거라는 말을 듣는다.

 

에밀졸라의 [제르미날] 초반도 일자리를 찾아 광산에 도착한 젊은이 에티엔 랑티르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르미날]의 탄광과 근처의 공장은 이미 파산의 길에 접어든 쇠락한 곳이다. 수갱의 채탄량은 줄어들었고 공장은 문을 닫은 곳이 많다. 그곳에서 에티엔은 빵이라도 먹을 수 있게 일자리를 얻으려 한다.

예전에 영화 개봉했을 때 나온 책을 사뒀는데 그나마 2권은 어디가버렸고 ... 이번에 나온 문학동네 전집으로 새로 장만해야 할 모양이다. 수다맨님이 강력 추천했다.

탄광, 갱도, 막장에서 만나는 독서가 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