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오지게 좋은데 세상은 흉흉했던 5월이 지나간다. 계획했던 책읽기는 채 손도 대지 못한 채 5월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책도 쌓인다. 읽지 못한 책들을 보는 마음이 편치 못하다. 어쩌면 갖고 있는 책도 다 읽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심란해진다. 뒤에 욕심만 남겨놓는 것 같아 낯이 뜨거워질 것 같다. 가는 걸음은 가벼워야 한다.

그냥 읽고 또 읽고 또 읽어도 괜찮은 책 몇 권, 딱 몇 권만, 남은 평생 읽어도 좋지 않을까, 그럴 순 없을까, 뭐 이런 생각도 한다.

엄청난 책을 소장하고 있지도 않다. 그 얼마 안되는 책도 다 읽지 못할 것 같아 근심한다. 어리석은 짓 하지말자.

 

그런데 말입니다. .... 아, [볼라뇨 전염병 감염자들의 기록]을 보는 순간, 그래 볼라뇨도. ... 치유가 어려운 고질병.

열린책들의 기획과 노력이 고마운 책이다. 국내 볼라뇨 작품 12종 17권 출간을 기념하여 볼라뇨 특집판을 낸 프랑스 잡지의 내용과 국내 필진 몇 명의 글을 실은 3백 페이지 넘는 책이다.

미안하게도 볼라뇨의 17권 중에서 내가 읽은 거라곤 [2666] 1권밖에 없지만 궁금해진 작가다.

사라진 작가, 서로 다른 유럽의 나라에서 서로 다른 비평가들이 이 작가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흥미를 뿌리고 연쇄살인을 통한 세계에 대한 분석과 보고를 거쳐 마지막에 이 사라진 작가로 회귀하는 전 5권의 구성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몹시도 궁금했지만 결국 다 읽지 못했다. 

볼라뇨 작품 중 최고작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는 [야만스러운 탐정]도 얼른 집어들고 싶은 책이다.

17권을 다 읽을 수는 없을 것 같고 몇 권만이라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눈도 아프고 해서 밤엔 책을 읽을 수도 없다. 

이렇게 늙는 것이다. 내가 별로 정력적이지 못하므로 욕심부리지 않는 게 좋겠다.

6월엔 뭘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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