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종편 드라마를 볼 줄 몰랐다.

다른 종편은 채널을 지우고 제이티비씨만은 남겨뒀는데... <밀회>를 봤다 어제.

피아노 연주에 재능을 타고 났지만 가난한 청년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마저 잃어버리고 피아노를 버린 채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재능을 알아봐줬던 여인이 보내온 소포.

다른 이의 숙직을 대신 서며 주민센터 숙직실에서 펼쳐본 소포 꾸러미에는 책이 들어 있다.

[리흐테르 : 회고담과 음악수첩].

그것은 새책이 아니라 아마도 여인이 오래전에 읽었던 책일 것이고, 단정하게 밑줄이 그어져 있다.

밑줄 그어진 그 구절들은 애써 떼내려 했던 그 모든 것들을 가까이 불러들인다. 

 

책을 읽으며 북받치는 감정으로 눈물을 흘려봤던 때가 언제인가 싶었다. 아니, 책을 빙자해 울어보는 것일터.

까마득한 듯. 아마 2004년 그 겨울이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그 이후에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때가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 겨울에 그 책을 읽었다. 그때 딱 저 장면의 이선재(유아인)처럼 울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단단했던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지금도 일거리 다 펼쳐놓고 집중을 못하고 있지 않은가. 날씨마저 흐리다. 내가 침침해지는 날씨.

 

그나저나 저 책 읽고 싶다. 2005년에 출간된 6백 페이지가 넘는 꽤나 견적이 있네.

리흐테르가 누군가 했다. 흔히 이제까지 리히테로 부르던 피아니스트다. 태생은 우크라이나이다. 요즘 핫한 지역.

소련의 피아니스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이뤄진 인터뷰와 일기로 구성된 책이라 한다.

1994년 내한 공연도 가졌다고 한다. 3년 뒤 1997년 사망했다.

한때 전기나 평전 등을 열심히 읽었던 때가 있었는데 이 분야의 책들은 다들 엄청난 분량을 자랑한다. 읽다보면 내가 자주 하는 말로, 세월에 도끼 자루가 썩는다.

클래식에는 '막귀'라서 그의 연주를 듣는다고 뭐 알겠냐만, 아침에 흥얼거린 멜로디는 장현철의 '걸어서 저 하늘까지'였다.

어쩐지 그 노래가 생각났다. '눈 내리는 밤은 언제나 참기 힘든 지난 추억이 ...'

 

 

 

 

 

 

 

 

 

 

 

 

 

 

 

(이 책 매출이 좀 생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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